고해성사, 그 의아심과 벅찬 감격

작성자 : 이경희 | 조회수 : 4,470 | 작성일 : 2008년 9월 7일


      「첫고백」
 
오십 평생 살아오는 동안
삼십 년이 넘게 군사독재 속에 지내오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증오하다 보니
사람 꼴도 말이 아니고
이제는 내 자신도 미워져서
무엇보다 그것이 괴로워 견딜 수 없다고
신부님 앞에 가서 고백을 했더니
신부님이 집에 가서 주기도문 열 번을 외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린애 같은 마음이 되어
그냥 그대로 했다
(정희성, 「2000년 한국가톨릭시선」에서).



  「고해소를 나오며」

참 알 수 없는 당신의 저울
그 한 가슴의 사랑과
수많은 유다를
한몫에 매기시더니
오늘
송곳 같은 나의 죄와
성모송 한 번을
같은 추에 두시다니
(장정애, 「2000년 한국가톨릭시선」에서)



      「봉헌」

오오, 하느님
당신 앞에서 무릎꿇고 당신 이름 부르며
당신께 저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비밀 속에 숨은 비밀까지도
환히 보시는 당신 앞에서
제가 숨길 수 있는 것이 뭣이 있겠습니까.
다만 죄로 얼룩진 저의 영혼의 지도를
당신 앞에 펼치겠습니다.

오오, 하느님.
원래는 하늘에 계신 당신처럼
완벽에로 나아가야 할 제가,
<성체> 모시는 하느님의 성전이어야 할 제가,
이렇게 딱한 꼴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저의 검은 사욕입니다.
이것이 잘못 사용한
저의 자유의 구김살입니다.
이것이 게으름에서 고인 저의 번뇌,
아픔, 괴로움, 저의 우수입니다.

그러나, 오오, 하느님
제게 마지막 남은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은 끝으로 남은
한 조각 맑고 가난한 마음으로
당신을 찬미하고자 하는
저의 바람입니다.
이렇게 밖엔 할 수 없는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시어
빛에로,
평화에로 이끌어주소서.

오오, 영원히 찬미하올 하느님.
이 죄인을 당신 곁에 이끌어주소서
(성찬경, 「황홀한 초록빛」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