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이 재학생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354 | 작성일 : 2011년 1월 7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신묘년(辛卯年) 새해, 학부모님들께


  사랑하는 학부모 여러분! 
  신묘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축원합니다.
 사람들은 가는 해가 아쉬운 듯 일몰을 바라보며 허물 벗듯 한해를 정리하면서, 새해 아침이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복을 기원합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올해도 새해 첫 시간을 깨웠습니다.
  새해 첫 시간, 저는 지는 해에 베풀어주신 주님의 크신 은총과 사랑에 감사를 드리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음에 또한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하느님께서 복을 내리시어 나약한 저희를 지켜주시기를, 우리 양업고등학교 학부모님들의 가정에 평화를 베풀어주시기를 기도 드렸습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작년과 새해 사이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여전히 모든 이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삶을 살며 고통의 반복 속에서 기쁨의 생명을 꽃피워 내고 있습니다.
  기쁨은 그냥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인들이 절망에 좌절하지 않고, 절망적일수록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절망감과 맞서 이를 극복할 때 얻는 선물이 ‘기쁨’입니다. 우리의 오관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더 이상 생명이 될 수 없다는 생명의 한계라는 위조점에 도달할 때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대안을 찾으며 살면, 그 생명은 이전보다 더 크게 성숙함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내 자신이 홀로 한적한 외딴 곳에 버려졌다고 여길 때, 나의 내면을 보다 자세하게 바라봅니다. 살다가 생계의 위협을 느낄 때, 우리는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위해 일어섭니다. 추위에 잠자리가 없어 떨고 있을 때 안락한 잠자리를 위해 일자리를 찾습니다. 이렇게 모든 생명은 자신의 불가능이란 극점에 서 있을 때, 모든 생명은 시련을 견디어 내며 새롭게 태어납니다. 이것이 노력하는 생명에 내리는 하느님의 축복이며 은혜이고, 평화입니다. 이는 불가능에서 피어난 생명의 기적입니다.

  제가 양업고등학교를 설립할 때도 설립을 거부당하며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희망이 없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3년 간 지속되었습니다. 저는 학교 설립의 성사를 위해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홀로 외딴 터에서 외로이 막막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하느님 이름을 부르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도해 달라고, 살려달라고 외쳤습니다. 학교 설립을 위해 전국 성당을 돌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과 사람 사이, 즉 인간은 서로 통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학교 설립이라는 고귀한 생명이 되어주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산적해 있습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학교 옆 채석장 허가 취소에 대한 상고 사안도 그렇습니다.

  2008년 4월, 청원 군수가 채석장을 허가 했을 때, 학교 구성원의 교수-학습권과 생존권 수호를 위해 그리고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허가 취소를 위해, 금년 졸업을 앞둔 당시 1학년 학부모 대표였던 김태우 학생의 아버지 김상익님께서 앞장서서 위원장을 맡아주시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및 지역 주민들이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인 결과, 충청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승소, 청주 지방법원(제1심)의 승소를 이끌어 내며 기적과도 같이 우리들이 지향했던 목적을 달성하였습니다.

 2008년, 김상익님이 중심이 된 당시의 1학년 학부모들은 2, 3학년 학부모님들과 함께 채석장 허가 취소의 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끈질기게 현재까지 삼 년을 애써 오셨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중에도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행정심판과 지방법원 제1심에서 승소를 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이는 기적과도 같은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대전 고등법원에서 우리는 패소했습니다. 학교는 절대 절명의 위기감에 싸여 있습니다.

  고등법원에서의 일방적인 패소를 놓고 어찌 이 사안을 접을 수가 있을 것이며, 포기할 수가 있겠습니까?
  현 시기, 우리는 다시 동력을 만들어 낼 자금도 마련해야 하고, 대법관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우리들의 입장을 대변할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사안입니다. 왜냐하면 제1심과 제2심에서 변호사직을 수행해 오셨던 신인순 변호사님께서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후, 대책회의 석상에서 서울지역의 유능한 새 변호사선임을 요청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후 새로운 유능한 변호사 선임은 우리들에게 있어 대법원 판결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애써 주셔서 많은 변호사님들과 접촉했습니다만 삼척동자에게 물어 보아도 공익을 우선해야 할 고법의 편결이 자본주의의 감춰진 영향을 받았는지 이상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대법원에서 일할 변호사들은 모두들 승산 없다는 절망적인 말을 되풀이 하면서 수임을 꺼려했습니다.
  진정 학교라는 공익과 서민을 우선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위원장님께서는 졸업 후에는 학교를 떠나실 분인데도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한점을 극복하기 위해 발 벗고 대법원 승소의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저도 모든 일에 우선해서 서울로 왕래하면서 자본주의 시장이 어떻다는 것을 더 잘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과 학교라는 생명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또한 지켜내려 고통 중에 살아오면서 많은 기쁨도 보았습니다. 이제 또 다른 고통도 보며 다시 기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바늘귀에 실을 정확히 꿰어 기쁨을 얻어내는 작업은 여전히 불가능처럼 보입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기쁨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새해 아침, 우리 모두가 거룩하신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모든 이가 한마음이 되어 기도로 내어주고, 자기 생명의 작은 부분이라도 내어주며,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 전원이 공통 목표를 향하여 한 마음으로 준비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불가능은 또 하나의 기적을 일룰 것이라 확신합니다.

  2008년, 주변 사람들이 다들 힘들 것이라고 했을 때도,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절망에서 희망을 맛보았습니다. 지금 이루어야할 기적 또한 저 한 사람의 기도만으로, 위원장님 이하 앞장서서 힘써주시는 분들의 고군분투만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양업고등학교를 사랑하시는 학부모님들의 소중한 관심과 사랑이 모일 때, 그때에 비로소 불가능에서 가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작은 힘 하나하나가 모여 절망 속에서도 이루는 기쁨을 보이는 것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며, 이보다 더한 역동적인 교육은 없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학부모님들!
  다들 바쁘고 힘드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학부모님들의 따뜻한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앞장 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격려와 용기를 주시고, 비록 작은 소임이라 하더라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실천은 크게 하며, 힘을 모아주시길 간절히 바라면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학부모 여러분!
 신묘년 2011년도 하느님의 뜻대로 잘 사는 행복한 한해가 되시도록 기도드립니다. 



2011.01. 07

양업고등학교장 윤병훈 베드로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