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신부님, 이제 새 십자가를 지신다네

작성자 : 옥순원 | 조회수 : 3,311 | 작성일 : 2013년 2월 5일

아, 좋은 학교였습니다

- 윤병훈 신부님께


헤어질 때에야 비로소
당신 떠나실 때에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당신이 누구였는지 그곳은, 또 나에게 어떤 곳이었는지

헛도는 세상에서 상처 입은 묘목들 이 뜰 안에 불러 
한 명 한 명, 이름 불러주며 날마다 먼저 깨고 나중 누우시더니
이제 그 나무들, 무게중심이 잡혀
양업 교정을 호위하는 거목이 되었습니다.

위로만 뻗치던 나무들의 헛힘을 매번 잠재우며
틈틈이 잡초를 뽑고 넝쿨손을 바로잡아주셨던 눈길 손길,

그 나무들 끼리끼리 소란스러울 때, 우쭐거릴 때 마다
단호한 말씀과 얼쑤, 추임새로
이 터를 지켜주신 당신과, 그림 같은 양업 교정을
가만히 마음에 새겨봅니다.

부모도 감당하기 벅찼던 나무들의 성장고통을
올곧은 십자가 울타리로 지켜내느라
부모보다 더 아름다운 배경으로 저물어가시는
당신께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오래 고단하셨을 그 마음, 깨끗이 지워드리지 못해
부모 된 부끄러움으로
두 손으로 바치는 고백의 시 한편

간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할 것입니다, 소중한 이름 양업과
당신의 고독한 의지를.

                      2013년 2월에

                              -2년 전의 졸업생, 요섭의 어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