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 6월23일 20면

작성자 : 김누리 | 조회수 : 5,113 | 작성일 : 2011년 6월 23일

다문화 어린이 가르치는 ‘양업고 천사들’


수요일마다 교사로 변신하는 고교생 천사들이 있다. 천주교 청주교구재단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인 충북 청원군 옥산면 양업고등학교 학생들이다. 1학년 김혁준·유현수, 2학년 강병은·강민지, 3학년 문소혜·김경민·김민지·강민석군 등 8명은 수요일 저녁마다 옥산면 지역에서 생활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찾아 나선다.

지난 3월께 김경숙(54) 수녀, 김누리(25) 교육복지사, 옥산면 지역아동센터 등이 “옥산지역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글은 물론 학과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책을 들고 다문화가정을 찾고 있다.

학생 교사들은 수요일 저녁마다 2명씩 짝을 이뤄 다문화가정을 방문한 뒤 1~2시간씩 유치원생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다문화가정 학생 8명에게 수학, 한글 등을 가르친다. 때로는 학교 생활, 친구 관계, 가족 생활 등의 상담도 해주고 , 언니·오빠가 돼 신나게 놀기도 한다. 김 수녀와 김 복지사 등도 동행하며 다문화가정의 생활 상담을 하고 있다.

문소혜양은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고, 숙제를 돕는 등 공부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만났지만 지금은 여느 가정의 언니·오빠처럼 가족이 된 것 같다”며 “학생교사 모두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려고 틈나는 대로 과외·나머지 공부까지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부 선물 말고도 다문화가정을 감동시킬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다문화 영상편지’라는 동아리를 별도로 만든 학생들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공부, 생활 모습 등을 사진·영상으로 담고 있다. 이들은 연말에 이 영상물을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외국 외가에 보낼 생각이다.

김 수녀는 “사회의 편견, 소외로 가슴 아파하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착한 학생들의 헌신으로 마음을 열어 더없이 기쁘다”며 “수업을 하겠다는 학생들의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