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956 | 작성일 : 2021년 8월 27일

                                

오른손, 왼손 중 어느 쪽을 많이 쓰시나요?”

라고 물으며 코로나 백신 주사기를 들이대는 의료진에게 오른손잡이라고 했다.

그러면 왼쪽에 놓겠습니다.”

작고 몽글한 내 손을 보며 정호승 시인의 당신의 손이 떠올랐다.

나는 누구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손을 먼저 살펴본다. 그것은 그의 손이 그의 삶의 전부를 말해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 사람과 악수를 해보고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감도를 통해 그가 어떠한 직업을 가졌으며 어떠한 삶을 살아왔으며 성격 또한 어떠한지를 잘 알 수 있는 것은 손이 바로 인간의 마음의 거울이자 삶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손은 영어로 핸드(Hand)’이고, 그 단어의 어원은 고트족 언어 히르판(Hirpan)’에서 유래한다. 이 단어는 잡다’, ‘쥐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손은 잡거나 쥐는 것이다. 사람들은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정신노동의 도구들까지 이 손으로 잡는다. 손은 정신의 도구이다. 손은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것, 가장 일상적인 행위에 깊이 관련되어 있기에 그 사람 내면의 신비를 담아낸다. 손만큼 자주 거론되는 상징도 없을 것이다. 찰스 다윈은 사람이 손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우위를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손은 사람의 의지에 복종하여 너무도 훌륭히 환경에 적응하였다.”라고 한다. 또한 동물 농장에서 조지 오웰은 사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손이다. 손으로 사람은 온갖 장난을 한다라고 한다.

사실 사람 손의 열 손가락 끝마다 신기한 눈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언제나 기민하고 민감한 이 손에 의지해 살아간다. 아기를 어루만지는 엄마의 손, 병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손, 경탄을 자아내는 바이올린 연주자와 마술사들의 손, 미술가의 손, 환상의 맛을 우려내는 요리사의 손, 가족의 생계와 사회의 건설 현장에서 시달리는 노동자의 손...,

그러나 이 훌륭한 사랑의 도구마저 더러는 무서운 것이 될 수 있다. 노여움으로 사람을 구타하는 손, 무기를 쥐고 살해하는 손, 도둑질하는 손, 사회를 부패하게 하며,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손···. 여하튼 심장 수술을 하는 손도 있고 권총을 쏘는 손도 있다.

목수라는 육체노동으로 굳어진 예수의 손만큼 불가사의한 손도 없다. 나병을 치료하신 손, 빵을 나누어 주신 손, 제자들의 발을 씻으신 손이다. 한 소녀가 죽었다. 양친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예수께서 도착하여 소녀의 손을 잡으시고 아이야, 일어나거라.”하고 부르시자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후에 먹을 것을 주도록 손짓하셨다(루카 8, 54-55).

마침내 그 예수의 손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대못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버렸다. 이제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야말로 그 손이 가장 위대한 일을 하였음이 밝혀지고 말았다. 영원한 성흔(聖痕)이 빛나고 있는 사랑의 절정, 우주 만물을 부활시키는 구세주의 손이 된 것이다.

하느님이 사람에게 손을 주신 것은, 손안에 영혼을 들고 다니라는 천명일 것이다. 겸손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하느님 앞에 서는 자는 손을 펴서 포개어 합장한다. 수신(修身)과 숭배를 말하는 자세이다. 자기 방위에 쓰이던 손을 스스로 묶어 하느님 손안에 바치는 것이야말로 봉헌의 표시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19를 물리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손이 계시다! 참으로 아름답고 위대한 사랑의 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