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3,980 | 작성일 : 2013년 8월 17일

파리 떼의 습격

  흐르는 강물과 울창한 나무숲에 자리 잡은 학교, 온갖 새들 소리가 들리고 개구리, 두꺼비와 부엉이 합창 소리가 잘 어우러져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학교가 양업 고등학교이다. 잘 가꾸어진 푸른 잔디 밭 위에 우뚝 서 있는 교사는 담쟁이덩굴 잎이 덮여있어 그 젊고 푸름을 한껏 뽐내고 있다. 지난 5월 학교 교정에 하얀·분홍·붉은 철쭉꽃이 한창 피었을 때 식약청 지하수 물 관리하시는 분이 들렸다.
 “학교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 근처에 이렇게 좋은 환경의 학교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식약처장님을 한 번 모시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좋습니다. 모시고 오십시오.”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나가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 일이 실제로 성사되었다. 지난 6월 13일 오후 4시 식약처장님이 학교 급식실과 수질관리를 위한 시설을 둘러보려 방문하셨다. 식생활 안전 관리가 전문적으로 잘 이루어져 안심이라고 하시며 “학교가 너무 잘 가꾸어져 있고, 교육과정 운영이 특성화되어 있으니 ‘다시 태어나면 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귀한 손님이 학교를 방문하시기 이틀 전부터 파리 떼가 학교를 습격하고 있었다. 늘 여름이면 벌레들과 파리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학교주위를 자주 소독하고 등불 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유독 더 많은 파리 떼의 습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리는 추운 곳과 바람에서는 힘을 못 쓰니 식당에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어 놓았다. 홈 킬러도 뿌려도 보았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늘 이 맘 때면 학교 맞은 편 축사와 비료공장 시설, 쓰레기 폐기 시설 때문에 겪는 일이라 했지만 너무 극성으로 달려드는 파리 떼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식약처장님 방문 당일 많은 수행요원들과 도 교육국장, 군 교육지청장, 도 교육 체육보건 과장님 여러분이 오셨다. 현관문에서 방문 록을 작성하고 홍보 동영상을 잠시 보신 다음 학교 급식 식당을 거쳐 급수 시설에 염소 소독기 설비를 둘러보신 후 교장실로 오셔서 환담을 하셨다. 그런데 그 곳곳에 파리가 나타나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청정지역인 학교에 그것도 식약처장님이 방문하는 현장에 숱한 파리들이 있는 것이 너무 송구스러웠다. 방문이 있은 후 퇴근 시간 행정실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위해 학교운영위원장 차를 얻어 타게 되었다. 그런데 운영 위원장이 여름이라 차창을 열어 놓았는데 그 차 안에 아주 새까맣게 파리들이 둘러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수천수만 마리의 파리 떼였다. 나는 연실 파리 떼 저것들 때문에...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튼 날 교무부장 선생님이 나한테 달려왔다. “교장 신부님! 파리 떼가 왜 이렇게 많은지 그 원인을 찾았습니다. 전화가 왔는데 맞은 편 축산 농가에서 소의 생 분비물을 넓은 밭에 뿌리고 살짝 흙으로 덮어 놓았다고 합니다.” 그 이웃 주민이 참다못해 학교에 제보 전화를 준 것이었다. 그래서 그 현장을 방문해 보았다.
정말 먹고 살기 위해 또 필요하기에 축사를 하겠지만 이것은 너무 비양심적인 처사였다. 제보대로 하천에 인접한 큰 밭에 비둘기 떼가 모여들어 구더기를 잡아먹고 있었다. 풀 섶에 수많은 파리들이 있었다. 세상 태어나서 이렇게 파리가 많은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그 이후 면사무소에 군청에 전화를 하고 빠른 대처를 바랬다. 그 이후 어떤 조처가 취해 졌는지 확인할 시간이 없었지만 일주일 후 아침에 면사무소에서 나와 소독을 하고 갔다. 글쎄 이것이 근본대책일까? 면사무소에서는 오신 소독 담당관이 말하기를 축사에 소독을 하면 되는데... 그 곳에 벌을 키우시는 분이 있어서 소독을 하면 벌이 다 죽어 그 일에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말한다. 나 참!  정말 근본대책이 없는 것일까? 파리 떼의 습격으로 학교의 학생들이 수업과 밥을 먹는 것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데 언제까지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지 않은가? 나는 때 아닌 파리 떼의 습격에 전쟁을 선포하는 교장 신부가 되었다. 한 번 끝까지 싸워 볼 작정이다. 여름 밤 유난히 빛나는 달과 별을 바라보며 1급 청정지역인 양업학교를 지켜야겠다. 파리 떼의 습격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파리 떼보다 심각한 양심이 회복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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