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랬어요.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2,940 | 작성일 : 2005년 7월 8일

물체가 수직적으로 작용할 때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 낙차가 크면 클수록 힘 또한 비례한다. 그런데 인간의 힘이 부정적으로 내려 누르면 그것 또한 비례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는 그 누구보다 3학년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나 학교를 물 먹여 본다는 심사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힘은 저학년을 두려움을 갖고 맹종하게 만든다.

연극이 있던 수요일 날, 공연시간에는 몇 명의 학생들만 자리를 메우고 있었고, 많은 수의 학생이 자리를 비우고 있어서 공연은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지만 공연을 미룰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 수는 늘어났고 자리는 매워지고 열연 속에 ‘햄릿’ 연극 공연은 막을 내렸다. 어떤 힘이 작용했기에 이 훌륭한 연극공연에 저학년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을까. 그 진원지를 놓고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너무 무서웠는지 아무도 입을 떼지 않고 있었다. 많은 준비와 값비싼 경비가 들어간 연극 수업을 방해하여 대다수의 선의의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 학생은 누구일까? 벌써 3,4일 지나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서 이러한 분별력 없는 행동에 대하여 말하였다. “여러분, 누가 이런 일을 했습니까? 솔직하게 고백하기를 바랍니다. 남을 속이는 일도 잘못이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일입니다. 떳떳하게 자신을 밝혀주길 바랍니다. 오늘 18시 이전까지 솔직하게 고백하면, 우리 공동체는 조건 없이 용서하고 문제해결방법을 교육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겠지만, 그 시간을 지나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져서 우리 공동체는 그 책임을 전적으로 당사자 본인에게 묻겠습니다”라고. 이미 묵시적으로 누가 그랬는지 드러나 있었지만 본인은 결코 하지 않았다고 거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확증은 있었지만 자기 입으로 고백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 기다려주고 있었지만 끝내 나타나질 않고 있었다. 그는 시한을 넘기고 사정이 어렵게 된 뒤에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뗐다. 그는 공동체 앞에서 한 약속 시한을 비굴한 자존심 때문에 놓쳐버림으로써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전교생에게 한 약속은 이제 지켜질 수밖에 없었다. 후에 당사자가 나타나 실토를 하며 “잘못했습니다.” 라고 말했고 학생의 잘못을 개인적으로 용서할 수는 있었지만 모든 학생 앞에서 한 말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대신 그간 공동체의 엄청난 물리적, 심리적 피해로 학교를 떠난 학생들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시킬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학생을 살리는 방법은 양업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그 학생을 살려낼 의지를 가질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학생들의 수직적인 힘의 논리가 아닌 교권이 제대로 선 학교, 약자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그런 변화가 없이는 결코 다른 구제방법이 없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 나는 늘 개인을 중히 여겨왔다. 그러나 공동체가 더욱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기에 이번 일을 처리하면서 마음이 몹시 아플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