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산문집『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작성자 : 조민경 | 조회수 : 3,454 | 작성일 : 2017년 11월 22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작가 : 위화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위화의 산문집입니다.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 이렇게 10개의 단어로 풀어쓴 산문집이고요. 중국 당국의 검열이 심해서 대만에서 출판했다고 하는데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처음 문화대혁명부터 현재 중국의 모습을 읽을 때까지 몰입이 잘돼서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루쉰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 부분을 읽으며, 체제가 작가의 평가를 자유롭지 않게 만들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모택동 시절부터 등소평 이후 경제 성장까지 중국의 빠른 성장통을 이야기하는 작가는 아프지만 시대를 냉철하게 잘 묘사하면서 적절한 풍자의 힘까지 더했네요. 정말 위대한 작가의 힘이 느껴져요.
우리나라도 격변의 민주화 때 그랬던 것처럼 중국도 아직도 사회주의 체제에서 느꼈던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인문학, 사회학, 역사, 철학, 국제관계에 관심 있는 모든 학생이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별 다섯
그들은 손에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신념만은 대단히 확고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움직이면 군대와 탱크도 막아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들은 한데 뭉쳐 있으니 거센 열기가 솟아올았다. 모든 사람이 활활 타오르는 횃불 같았다.
이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빛이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고, 또 사람의 목소리는 사람의 몸보다 에너지를 더 멀리 전달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스물아홉 살이던 그 밤에 나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 문화대혁명 때 본문 중
몇몇 사람들이 소리내어 울고 있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틀림없는 슬픔이었다. 하지만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대한 공간에서 한꺼번에 울부짖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유머였다.
나는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극도로 두려웠던 나는 두 팔로 교차해 앞에 앉은 친구의 의자에 기댄 다음 머리를 두 팔로 깊숙이 파묻었다. 이렇게 머리를 감춘 채 나는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는 울음소리 속에서 대담하게 웃고 있었다. - 마오쩌뚱이 서거한 날 본문 중
빈곤과 기아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 빈곤과 기아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고통에 대한 공포가 고통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
사실 그런 시대에는 한 개인의 운명을 결코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정치 상황의 파도에 따라 흔들렸고 자기 앞길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는지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