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죠? 웃음 한젓가락...

작성자 : 이경희 | 조회수 : 4,286 | 작성일 : 2008년 8월 1일

  군대 간 아들의 편지와 어머니의 답장


- 아들이 엄마에게 -

<이등병>

부모님 전상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날
불초소생 문안 여쭙습니다.
저는 항상 배불리 먹고 잘 보살펴주시는 고참님들 덕분에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대한의 씩씩한 남아가 되어 돌아갈 그날까지
건강히 지내십시오.

 
<일병>

 
어머니께...
열라게 빡센 훈련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제 무좀 걸린 발이 도져서 걱정입니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배탈약을 줍디다.
용돈이 다 떨어졌는데 빨리 부쳐주지 않으면
옆 관물대를 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병>

엄마에게. 
엄마 왜 면회 안와?!
아들이 이 촌구석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어제 김일병네 엄마는 먹을거 잔뜩 사들고 와서
내무반에 풀고 외박 나가서 아나고 회도 먹었다더라~
엄마는 가끔 내 친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투덜~

 
<병장> 

여기는 사람 살 곳이 못돼.
어떻게 군생활을 지금까지 했나 내가 생각해도 용해~
똥국을 너무 많이 먹어 얼굴에 황달기가 돌아 미치겠어.
글구 보내준 무스가 다 떨어졌으니 하나 더 보내줘
헤어스타일이 영 자세가 안잡혀~
그리고 놀라지 마.
어제는 내가 몰던 탱크가 뒤집어져서 고장났는데,
사비로 고쳐야 된대~
엄마... 100만원이면 어떻게 막아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다음주까지 어떻게 안될까?

 
- 엄마가 아들에게 -

 
<이등병>

사랑하는 아들에게
군대에서 소포로 온 네 사복을 보고 밤새 울었단다.
추운 날씨에 우리 막둥이 감기나 안걸리고 생활하는지
이 엄마는 항상 걱정이다.
집안은 모두 편안하니 아무생각 말고
씩씩하게 군생활 잘하길
 

<일병>

아들 보아라.
휴가 나와서 네가 타간 용돈 때문에 한달 가계부가 정리가 안된다.
그래도 네가 잘 먹고 푹 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나쁘지 않구나.
다음 휴가 나올 때는 미리 연락주기 바란다.
돈을 모아놔야 하거든...
그리고 군복 맞추는 값은 입금시켰으니
좋은 걸로 장만하길 바라마.
(ps. 니네 아빠 군대 때는 그냥 줬다던데.)

 

<상병>

아들아~
수신자 부담 전화는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어째서 너는 군생활을 하면서 전화를 그렇게 자주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놈의 휴가는 그렇게 자주 나오냐?
누굴 닮아 저 모냥이냐고 어제는 아빠와 둘이 대판 싸웠다.
내가 이겨서 너는 아빠를 닮은 것으로 결정 났으니 그리 알거라.
 

<병장>

니 보직이 PX 병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아냈다.
땡크 고치는데 가져간 돈 좋은 말로 할 때 반납하기 바란다.
요즘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차라리 거기서 말뚝이나 박았으면 좋으련만...
니가 쓰던 방은 어제부터 창고로 쓰고 있다.
벌써 26개월이 다 지나간 걸
보니 착잡하기 그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