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의 밤 - 종희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402 | 작성일 : 2009년 6월 1일

사랑하는 성모님께

  안녕하세요. 녹음이 짙어지는 아름다운 5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편지글로 제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망설이기도 하였지만, 이 덕분에 성모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이런 기회를 주신 우선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속에 있는 성모님을 떠올려보니, 학교 잔디밭 위에 서 계신 희고 아름다운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우신 자태만큼이나 많은 고통을 겪으셔야만 했던 성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해보니, 고운 겉모습보다도 강인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과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처녀의 몸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신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돌로 맞아 죽임을 당할 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성모님께서는 겸허히 하느님의 뜻을 받아 들이셨습니다. 또 어린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어버리셨을 때에도,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이 어머님이 보는 눈 앞에서 옷 벗김 당하고, 매 맞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모습을 보셨을 때에도, 성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감히 헤아려 보기도 힘듭니다.

  이런 성모님의 고통을 생각해보니 지금 제 곁에 계신 어머니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때때로 저희는 항상 곁에 있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저는 철없이 행동하기도 합니다. 성모님이 예수님을 사랑하시는 것만큼이나 어머니는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데, 때로 저는 어리광을 부리고 그 사랑을 외면하곤 합니다. 오늘 밤, 이 시간, 성모님을 닮은 저희 어머니를 생각하니, 그간 저를 낳고 기르느라 쏟으신 사랑과 눈물, 그 마음들이 떠올라, 그간 당연시 여겼던 어머니의 사랑에 감사해야 함을 새삼 느낍니다.

 저희가 성모님을 떠올릴 때면, 성모님의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바라보며 성모님이 겪으셨을 고통은 잊고 살아갑니다. 그것처럼 늘 저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저희는 당연시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삼키셨을 눈물을 떠올리며, 이제는, 그 사랑을, 가까이에 계신 성모님인 우리 어머니께 갚을 수 있도록, 성모님, 용기를 주세요.

  언제나 저희와 함께 계시는 성모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성모님을 닮으신 우리 어머니, 사랑합니다.

2009년 5월 26일 성모의 밤에
성모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리며 최종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