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문 2008년 8월24일자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576 | 작성일 : 2008년 8월 22일

[인터뷰] 양업고 교장 윤병훈 신부

“가톨릭교육 정체성 확립이 우선”

가톨릭학교의 교사와 학생 신자 비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가톨릭교육 이념을 반영한 교육을 주고받을 주체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가톨릭 대안학교 양업고등학교 교장 윤병훈 신부는 “가톨릭학교가 획일화된 교육을 통해 가톨릭으로서의 특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접근해 나간다면 가톨릭 학교로서의 뚜렷한 교육이념과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톨릭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무엇일까?

그는 가톨릭교육의 근본 이념은 ‘사랑’이라고 말했다. 예수의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율을 통한 학생들의 자발성을 신장하고, 복음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0교시’로 대표되는 주입식 공교육과 상당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윤신부는 가톨릭학교가 보다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톨릭교육의 정체성이 우선 확립돼야 하며 특성을 살려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가톨릭학교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줬을 때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교육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그것이 바로 서야 응집력과 추진력도 뒤따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그는 유일의 가톨릭 대안학교로서 10년간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양업고등학교의 실천사례들이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양업고등학교의 학생 신자 비율은 80% 이상이며 교직원들은 모두 신자로 구성됐다.

“서로의 양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입학 전 분명하게 학교 교육이념에 대해 알려야 하며 설립정신과 교육목표 등을 끊임없이 공유해야 합니다. 그것이 분명해진다면 공감대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지요.”

그는 ‘사립학교법이 교육이념을 살리지 못하게 한다’는 말 또한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교장 혼자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모두 사전 조율작업을 통해 충분히 학교의 교육이념을 논의한다면 충돌은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업고등학교는 현재 한달에 한번 학부모 운영회의를 열고 있다. 4시간으로 이뤄지는 회의는 학부모 교육과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학교 교육과정과 건의사항 등이 자발적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억압할수록 반기를 들게 마련이에요. 종교선택뿐 아니라 교육방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외적통제로 인해 학습동기가 부여된다면 학업성취도가 올라갈까요? 하지만 내적 통제로 동기가 부여되면 학업성취도는 그만큼 올라가게 되죠.”

윤신부는 ‘자율성’을 강조한다. 예비신자교리도, 학업도 모두 학생들의 자유 의지에 맡기자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자유의지 또한 가톨릭교육의 특성에 포함된다고 했다.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목표, 즉 인성교육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엘리트 중심으로 돌아가는 획일적 공교육에 다시 한번 대비되는 부분이다.

“획일적 지식을 먹이는 것은 결코 가톨릭교육 이념이 아닙니다. 미성숙한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사랑하며 올바른 인간으로 키워내는 것이지요. 일반 가톨릭학교 또한 악조건 속에서라도 참교육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오혜민 기자 gotcha@catholic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