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민수진 학생의 호소문~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388 | 작성일 : 2008년 9월 2일


호소문

                                                                            2207 민수진


안녕하십니까.
저는 양업고등학교 2학년 부학생회장 민수진 소피아입니다. 한참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저희는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에 위치한 저희 학교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희 양업고등학교는 충북 유일의 특성화 대안학교로써 109명의 학생들과 30여명의 교직원이 사랑으로 마음을 드높이자는 교훈아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입시위주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학교 환경 속에서 생활을 하고 싶어 전국 각지에서 모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로 개교 10주년을 맞은 양업고등학교는 청원군의 무분별한 석산 개발로 인해 신음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1~2km떨어진 곳에서 이미 진행중이였던 세 곳의 석산 개발지로부터 오는 소음과 분진, 그리고 골재를 실어 나르는 수백 대의 대형 화물차량만으로도 저희는 굉장한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식당과 교실, 심지어는 저희가 잠을 자고 생활하는 기숙사 벽면까지도 균열이 생겼고,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균열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또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킬 때 들려오는 ‘쿵’ 하는 소리와 진동은 저희의 마음을 더욱 두렵고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학교 앞 도로에는 하루 600여대의 대형 화물차들이 지나다니면서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큰 소름과 분진을 발생시킵니다. 그래서 저희는 더운 여름에도 창문을 열고 수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특성상 24시간 학교에서 생활하는 저희는 잠을 잘 때에도, 수업을 할 때에도 방과후에  기분 좋게 나가는 산책길에서도 쾌쾌한 흙먼지를 마셔야 하며 학교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맘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불과 550m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석산개발이 허가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진행되어 온 저희의 반대 운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원군은 개발허가를 내주었고 그 사실을 학교에는 두 달 가까이 숨겼습니다. 현재는 이미 나무를 베는 작업이 끝나고 토석채취를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킬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1~2km 떨어진 곳에서의 개발에도 저희와 저희학교는 커다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더 가까운 550m 거리에서 개발이 진행되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까지 벌어지고 말 것입니다. 저희는 학교로부터 500m 이내에서는 개발을 할 수 없다는 학교보호법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500m 와 550m, 도대체 다른 것은 무엇입니까?

 저희 학생들에게 있어서 양업고등학교는 단순히 교과과목을 배우는 학교가 아닙니다. 저희에서 있어서 양업고등학교는 전교생이 다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며, 인성교육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는 진정한 공동체입니다.

 학교를 지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웃고 뛰놀 수 있는 학생의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저희는 지난 6월 13일 청원군청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더운 날씨였지만 침해받는 학습 권과 생존권을 되찾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외쳤고, 거리에 나가 직접 서명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학습 권 까지 포기하고 거리로 나와 외치면 군청에서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거라고 생각했고, 저희의 노력으로 학교를 지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진해서 군청을 찾아갔습니다. 그럼에도 군청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심지어는 민원실의 문까지 닫아버리고는 저희의 호소를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석산개발이 무엇인지조차 몰랐습니다. 하지만 살갗으로 느껴지는 석산개발의 폐해로 저희 학생들은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자 시험이 끝나자마자 3일 동안 밤을 새워가며 UCC를 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개발을 취소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저희들의 소리가 너무 작았던가요? 아니면 어른들의 욕심이 너무 과했던가요.

지금 이 시간에 충청북도 행정심판 위원회에서 심판을 시작합니다. 충청북도 행정 심판 위원회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인 저희를 위한 현명한 심판을 내려 주실 거라 믿고, 기대하겠습니다. 저희는 석산개발이 취소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