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김민용 학생의 호소문~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815 | 작성일 : 2008년 9월 2일

<궐기대회 호소문>

                                                                                김민용


    도지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양업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민용 학생입니다.

    도지사님,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학교 주변에는 이미 석산개발 중인 곳이 4군데나 있어서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학교에서 겨우 550m  떨어진 곳에 새로운 석산 개발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일이 저희 학교와 충분히 상의 하고 난 후의 일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만 받은 저희로서는 굉장히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지사님, 석산개발을 하게 되면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 지 아십니까? 딱 하루만이라도 저희 학교에서 생활해 보셨으면 합니다. 예고 없이 들려오는 다이너마이트 폭발음은 저희를 깜짝 놀라게 해서 평화로운 일상을 깨뜨립니다. 또 거대한 덤프트럭들은 엄청난 소음과 함께 먼지를 일으키며 수시로 왔다 갔다 해서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습권이 방해를 받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씀도 잘 들리지 않고, 토론수업조차 방해를 받아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이뿐이 아니라 이제는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학교 주변 산책도 할 수 없습니다.
이 학교에 입학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자유롭게 즐기는 것인데, 이제는 그조차도 할 수 없습니다.

  학교 건물 곳곳이 발파 소음과 진동 때문에 전체적으로 균열이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는 벽이 떨어져 나간 곳도 있습니다. 벽이 크게 갈라져 있는 것은 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지만 무너져 내려가는 건물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항상 불안하기만 합니다.
예쁘기만 했던 저희 학교가 점점 벽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제 가슴도 답답해져 옵니다.


    도지사님, 저희에게는 학교가 공부를 배우기 위해 잠시 왔다가는 그런 곳이 아니라 저희의 삶의 터전, 곧 집입니다. ‘석산개발 허가’ 라는 말을 곧 저희가 살고 있는 집을 부숴 버리겠다는 말과 같고, 저희 모두의 가슴에 크나큰 상처를 내는 것과 같습니다.

 양업고등학교는 저희의 모든 것입니다. 하루 24시간을 이곳에서 지내며,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동체 생활을 합니다. 모두가 학교라는 큰 집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생활하는 그런 곳입니다. 저희 학교의 모든 구성원은 이 학교를 집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고, 저희는 충북 유일의 대안학교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학교에 오기 위해 견뎌내야 할 시련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대안학교를 가게 되었다는 말에 편견을 갖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어른들, 1주일 중 5일을 학교에서 생활하는 까닭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그리움을 참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학교생활에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을 하던 중 갑자기 찾아온 석산개발로 인한 생존권, 학습권 침해와의 싸움은, 힘들었지만 ‘잘 풀릴 거라는’ 희망 하나로 학교를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산개발 허가는 끝까지 취소되지 않았고 그 결과, 이틀 전인 수요일부터 발파를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참담했습니다. 그 동안의 노력이 헛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전교생 모두가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학교를 지켜 내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수업시간을 포기하고, 더운 날씨에 밖에 나와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도지사님, /눈을 감고/ 마음으로 저희의 소리를 들어주세요. 저희 학교가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학교를 지키려고 애타게 외치는 저희의 마음을 봐주세요.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저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희들의 학교이고 저희들의 집이니까요. 끝까지 열심이 외치겠습니다.
 



2008년 8월 29일
양업고등학교 학생 김민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