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16일 중부매일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403 | 작성일 : 2010년 2월 17일

"우리들 꿈 포트폴리오에 입학사정관도 놀랐어요"

[2010 희망을 그리다]
'문제아 학교' 사회편견 깬 양업고의 10번째 졸업식

우리나라의 교육 열풍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제도가 바뀌는 것은 이제 자연스런 일이 됐다.학생들에게 입시 지옥(?)을 벗어나 꿈과 희망을 주는 교육을 지향한다는 당위적 차원은 공감하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은 매 번 교육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8년 설립된 청원군 옥산면 양업고등학교(교장 윤병훈 신부·61)는 소위 '문제아 학교'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꿈과 희망을 키우며 꿋꿋히 성장하는 등 특성화 대안학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10번째 졸업식 열린 지난 11일 양업고 교직원과 학생들을 만나봤다.


■ 윤병훈 교장 인터뷰"
 교육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은 물론 그들이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양업고 윤병훈 교장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학생은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며 "사춘기 시절 청소년들에게 찾아올 수 있는 다양한 현상을 옆에서 이해하고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업고 설립 때 부터 학교를 지키고 있는 윤 교장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지식에 대한 관심을 가져 학습성취도를 높일 때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며 "그것은 단순히 학습능력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성화 대안학교인 양업고는 일반계 고교에서 진행되는 교과(국·영·수·사·과 등)는 물론 특성화 교과(봉사활동, 현장학습, 노작, 청소년성장프로그램, 진로, 진로지도 및 성교육 등)를 통해 인성교육을 병행 실시하고 있다.특히 양업고 학생들은 지리산을 6번 등정해야 졸업이 가능하다.윤 교장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산에 오르면서 힘들고 어려워 괴로워 하지만 지리산을 다니면서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돼 학업성취도를 끌어 올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고 말한다.

 이 학교는 또 방학기간 증 1학년은 일본, 2학년은 중국. 3학년은 인도나, 뉴질랜드로 현장학습을 떠난다.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면서 외국어의 필요성을 직접 느끼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체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양업고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으로 고스란히 녹아나고 진학 과정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윤 교장은 "올해 모 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입학사정관 앞에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자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는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놀라워 했다"며 "학생들에게 지식만 전달하는 기존의 교육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고 말했다.

 윤 교장은 또 "양업고 졸업생들은 이 학교의 졸업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유승훈


■ 졸업생 3명 인터뷰"

 대학 입시란 틀 속에 갖히기 보다는 자유롭고 행복하게 인생을 설계하고 싶었어요."진눈깨비가 내리던 지난 11일 3년동안 정들었던 모교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려는 양업고 김민용(19·여), 민수진(19·여), 최현지(19·여).이들은 3년동안 동고동락한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데 여념없다.

 복도에서 만나는 후배들의 따뜻한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면서 정들었던 학교를 떠난다는 아쉬움에 금새 눈시울을 붉혔다.각자 다른 사연을 갖고 양업고를 찾았던 이들은 이제 큰 꿈을 품고 둥지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충북대학교 심리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김민용 학생은 권리를 찾기 위해 이 학교를 선택했다."중학교 3학년때 선배들 중에서 학교생활이 행복하다고 이야기 해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저는 내 고교 생활이 행복 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이 양업고를 권유해 주셔서 진학하게 됐어요."청원군 옥산면 산자락에 위치한 양업고등학교에는 서울, 부산, 제주도 등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과 교사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그 안에서 공동체를 이룬다.

 일년에도 몇 차례씩 국내·외로 이동수업을 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양업고등학교 학생들은 시간활용이 중요하다.일본 동경 순심여자대학교로 진학하는 민수진 학생은 양업고등학교는 튼튼한 발판이라고 말했다."양업고등학교는 선생님들도 꿈을 갖고 있는 곳이에요. 후배들이 이런 선생님들의 모습을 본받고 자신들이 꿈꾸고 있던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양업고에서 튼튼한 발판을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인하대학교에 입학하는 최현지 학생은 "양업고등학교 학생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워요. 지난 3년동안 내 꿈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선생님들에게 고맙다"며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양업고에서 얻은 추억을 기억하며 더 큰 꿈을 설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신국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