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순심여대유학생들의 소식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941 | 작성일 : 2010년 4월 22일

동경 순심여대 3학년 김유니 학생이~

안녕하세요!
8기 졸업생 김유니입니다. 편지는 아주 오랜만에 써보는 것 같네요.
모두들 건강히 잘 지내셨나요?
저는 파릇파릇한 신입생 3명과 함께 즐거운 학교생활을 시작했어요.
이번 신입생은 한국인 학생들이 정말 많이 입학해서 양고 졸업생이 더욱 분발해야 할 계기가 될것 같아요. 저는 모두들 격려해 주시고 걱정해 주신 덕택에 무사히 3학년이 되었어요. 올해는 저에게 남다른 해가 될 것 같아요. 기숙사를 나와서 처음 자취생활을 시작하고, 선배라는 이름으로 타국에서 후배를 맞이 했어요.
거기다가 1년간 동경 중심에 있는 상지대학교에 교류학생으로 발탁되어 더욱 폭넓은 배움의 장을 펼칠 수 있게 되었어요.
학교의 교수님들께서도 기대가 각별하니 더욱 열심히 공부 해야겠지요!
이 모든 은총을 하느님께 감사드려요.

지난주 금요일에는 현지,영선이,은진이와 함께 신입생 환영 미사에 참석했어요. 안타깝게도 신입생은 딱 세명 밖에 오지 않았지만 그만큼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더 뜻깊은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모범된 모습을 보여 주겠어요!
신부님, 수녀님, 선생님,이모들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편지 드릴께요


To. 양업가족
안녕하세요?
저는 양업의 꼬맹이 써니공주 영선이예요.
다들 제가 보고싶으시죠?

 이제 저도 일본에 온 지 한 2주가 지났어요. 하루하루 많은 사건들이 생기고 바쁘게 지내다 보니 2주가 2년정도 같은 느낌이예요.

처음 일본에 와서 버스 타는 법,  지하철 타는 법 이런 저런 것을 배우고 학교에서 오리엔테이션 캠프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개강을 해서 벌써 강의를 듣고 있는게 2주 동안 일어났던 일이라니 믿겨지지 않게 빠르게.. 그런데 하나 하나 되집혀보면 느리게 지나간 것 같아요.

 양업은 벌써 새학기를 시작한지 일개월 반이 지나고 있겠네요. 신부님, 수녀님, 식당 이모님, 후배들까지 다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시죠? 다들 보고싶어요. 일본 가기전에 한 번 더 찾아갔어야 했는데 한국가면 제일 먼저 꼭 갈게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에서의 생활은 적응하고 있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잘 살고 있을게요. 안녕히 계세요.
from. 써니


To. 나의 스윗홈 양업.

안녕하세요?

양업의 귀염둥이 현지예요.

 지금 도쿄는 벚꽃이 한창인데, 양업은 일년 전 그날처럼 푸르른가요?

이곳에 온지도 어느덧 2주가 넘어가고 있네요.

저에겐 두달 같던 2주였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어서 첫날을 떠올리려니 그득해져 버리네요.

 처음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하치오지역에 도착했을 때는 ‘아 저질러버렸다’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와 버렸구나’하는 얼떨떨한 상태였습니다. 그 얼떨떨한 기분에서 깬 건 딱 7시간 후 였어요.

기숙사에서 역까지 가는 버스를 타는데 300엔 무려 3600원인거예요! 두 번 만 더 탔다간 안양에서 학교가는 차비라 눈이 번뜩 뜨였지요.

그렇게 시내에 나가서 이런 저런 생필품들을 샀어요. 후라이팬, 냄비, 뒤집개, 수세미, 옷걸이 등등 살림 차리는 심정으로 꼼꼼히 다 샀다고 생각하고 집에 와서 자리에 놓고 보면 필요한 것이 또 생기고, 다이소(천원샵)만 3번은 간 것 같아요. 집에선 당연히 채워져 있던 것들인데 여기서 하나하나 사고하려니 힘들었어요.

 그래도 양업에서 3년 살았다고 나름 ‘반독립’한 상태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를 도와주고, 저를 지켜봐주었는지 깨달았어요. 양업에서 많은 사랑과 보호 아래 있었구나, 난 어린 아이였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선, 뭐하나 고장나면 직접 전화하고 얘기하고 돈내고 허락받고 해야하는데 양업에선 쪼르르 오 아저씨께 가서 ‘아저씨 이게 안되요’라는 한마디면 되었었고, 여기선 밥한끼 먹으려면 30분동안 자전거 타고 나가서 장보고 밥하고 반찬하고 남은건 어쩌지, 이건 무슨 쓰레기에 버려야하지 오만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양업에선 진짜 차린 밥상에 밥 숟가락만 올리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양업에서 어리광만 부린 것 같아 그저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요즘은 학교가 개강해서 학교를 다니는 설렘에 살고 있습니다.
 일본어를 한국어처럼 쓰는 경지는 아직 아니라 강의도 녹음기로 녹음해 한 번 더 듣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할때도 좀 버벅대고 있지만, 일본인 친구도 사귀고, 기숙사 관리인 아주머니랑 친해졌답니다.

앞으로 미사도 꼬박꼬박 나가서 이사장 수녀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구요~
다음주 수요일부터 본 강의가 들어가서 긴장되고 있어요. 그래도 왠지 잘 따라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분 좋은 예감이 듭니다.

 양업의 시간,
양업의 공기 냄새,
선생님들, 친구들, 선배, 후배, 수녀님, 신부님 모두 모두 보고싶고 그리워요.

양업에서 나오니 양업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제일 보고싶고 그리운 건 간식이예요. 정말 소중한거였구나란 생각을 해요. 장난인거 아시죠? 선생님들이 제일 보고싶어요!

 요즘 환절기라 일 교차가 심한데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구요~ 사랑해요! 육지로 올라가면 바로 양고로 달려갈께요.
그때까지 몸 조심히 즐겁게 웃으며 계세요!!


2010년 4월 11일 양업 상사병 걸린 현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