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0.09.06일자 게재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398 | 작성일 : 2010년 9월 6일

인성검사·글쓰기 평가 뒤 면접은 부모님과 같이
 
» 고등학교 진학수기
한겨게신문 2010.09.06일자 게재내용
 
 
 
고등학교 진학수기 /
양업고등학교 1학년 황지현양


양업고에 오기 전까지의 드라마 대본과 같은 이야기가 내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역에 있는 상탄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쩌다 마주친 신문 광고를 통해 다산학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바람대로 다산학교에 다니게 됐지만, 앞으로 내 미래에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중3 2월이 되던 때에 다산학교를 자퇴했다. 학교를 자퇴한 이유는 공부만 하기보단 좀더 새롭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서였다. 이렇게 자퇴한 뒤 4월에 검정고시를 보고 합격했다.

검정고시 합격 뒤 고교 진학을 고민하고 있던 가운데 지인으로부터 양업고를 소개받았고,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특성화 대안학교인 양업고는 윤병훈 교장 신부님이 최양업 신부님의 정신과 뜻을 본받아 세운 학교다. 여러 가지 다양한 특성화 교과목을 수행하고, 종교에 의지하고 싶었기에 바로 원서를 넣었다. 엄마와의 의견 불일치로 잦은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학부모 교육을 통해 부모님의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양업고에 지원한 이유다. 이런 부푼 기대를 품고 1차 전형 시험을 보러 갔다. 양업고와의 설레는 첫 만남이었다.

우선 학교의 전경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설렘으로 가득 찬 나는 MMPI(다면적 인성검사)와 글쓰기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좋은 느낌으로 1차 시험을 통과한 뒤 2차·3차 면접을 보게 됐다. 양업고의 면접시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만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3명이 함께 들어가 면접을 본다는 점이었다. 이런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2차는 선생님들과의 면접이었고, 3차는 교장, 교감 선생님의 면접이었다. 너무 떨려서 대답을 잘 하지 못한 채 면접이 끝났다. 최종발표가 나올 때까지 합격을 빌며 기도를 했다.

그렇게 눈물의 날을 지내고 최종합격을 알리는 공지를 보는 순간,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그날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행복한 날이었다. 그렇게 양업고에 대한 꿈을 갖고 입학했고, 가족보다 더 가까운 39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아직 한 학기밖에 생활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정든 친구들과 졸업식 때 어떻게 헤어져야 할지 벌써부터 두렵고 걱정된다. 친구란 의미가 이렇게 가슴이 뭉클해질 만큼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몰랐다.
 
친구관계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성격유형검사 ‘에니어그램’ 교육을 통해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고, 이해의 폭도 넓혀갔다. 정말 눈에 띄는 변화였다. 진정한 행복을 이제야 깨달은 게 아쉽기는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위로가 된다.
또 양업고의 특성화 교과목인 가족관계, 노작, 지리산 산악등반, 현장학습, 체험학습을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보는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기를 수 있었다. 허락된 자유 속에서 영혼의 숨소리를 들으며 커가는 양업고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