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과정 자유롭게 배워요(중부매일)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291 | 작성일 : 2005년 3월 24일

<교육> 나를 찾아가는 과정 자유롭게 배워요 
          서로 이해하며 우리 함께 ‘양업고등학교’ 
 
                                                        박익규 기자 addpark@jbnews.com
 
올해 양업고등학교에 입학해 20여일을 갓 넘긴 새내기들을 만나 학교생활을 물어보았다.

“자유롭고 분위기가 편하다.”,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안받아 재미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목표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돌아가며 거침없이 쏟아내는 학생들의 표정이 무척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수업시간을 알리자 모두들 교실로 들어간 직후 한 학생이 교무실을 찾았다. 교감수녀가 “너 잘못한 일이 있어 벌 받으러 왔구나”라고 농담하자 “처벌이라뇨. 자기 성찰의 시간이죠”라며 문을 열고 나가는 학생의 모습이 당당하게 느껴졌다.

함께 작업을 나가는 한명은 생활지도 교사라고 설명을 곁들여준다. 교감수녀는 “우리 학교는 학생체벌이 전혀 없는 대신 봉사활동을 시킨다”며 “학생 혼자가 아닌 교사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교육효과를 높이고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금강 지류인 병천천이 흐르고 삼면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 양업고등학교. 공교육 현장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모인 대안학교다.

만약 사고뭉치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면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올해 1학년 입학생 42명을 선발하면서 경쟁률이 무려 5대1이었다. 독일과 캐나다 등 외국생활 경험이 많은 중근(17)이는 중학교를 수석졸업하고 양업고를 선택했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녔지만 외국 학교와 너무 차이가 많았어요. 양업고에 입학해보니 분위기가 무척 자유로운것이 외국학교의 교육환경과 너무 비슷해서 좋아요”라며 만족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4년간 유학생활을 한 적있는 김지은(여ㆍ18)학생은 “한국 학교에서는 두발제한 등 쓸데없는 간섭이 너무 많아 적응을 못했어요”라며 “선생님들이 학생을 존중해주는 이 학교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어요”라고 말했다.

양업고는 4차례의 면접을 통해 입학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모의 교육철학과 학생의 배우려는 의지다. 학교 현관에 걸린 ‘좋은 학교란 훌륭한 부모들과 훌륭한 교사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학교’에서 엿보듯 학부모의 철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교감수녀는 “아이는 부모의 작품으로, 학교는 약간 거들어 주는 정도”라며 “부모가 함께 해야한다”고 가족공동체를 유난히 강조한다. 매달 한 차례 갖는 학부모 회의는 학생과 부모, 학교가 서로 하나임을 깨닫는 시간이다. 또한 2주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친구, 이웃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를 도모하고 이들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가족관계 수업을 한다. 내가 그리는 인물지도, 참 멋있는 나, 역지사지 편지쓰기, 우리집안의 역사, 1박2일 부자캠프, 부모님 자서전 쓰기, 어머니 우리 어머니, Dear my friend, 이웃도 사촌이라지가 지난해 월별 가족관계 주제다.

정규과목 수업외에 가족관계, 생태학습, 봉사활동, 청소년 성장 프로그램, 산악등반, 미디어교육, 현장학습, 노작활동, 종교, 상담 및 진로지도 등 특성화 과목은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공부다.

교감수녀는 “일반 학교가 나에 대한 생각없이 공부에 쫓기면서 진로를 선택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학생들은 3년간 자기성찰을 위해 부단히 고민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알고 졸업하는 것이 대단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대학진학후 일반적으로 겪는 자신의 진로와 부모와의 갈등을 이곳 학생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렇다고 양업고가 자유만 넘치는 곳은 아니다. 교감수녀는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학생들을 나무라지는 않으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출석철저, 내신성적관리, 뚜렷한 자기계획을 가질 것을 학생들에게 선배의 예를 들어가며 강조한다”고 말한다. 자기계획이 뚜렷하면 학교는 천국이란 말이다.

양업고 학생들도 폭력, 음주, 흡연, 이성교제 등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학교와 다른 점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문제학생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이다.

교감수녀는 “학교에서 절대 문제학생을 포기하거나, 자퇴를 종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질서를 깨트리는 학생들은 자연스레 다른 학생들로부터 거부를 당하면서 학교를 떠난다”며 학생들의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교사들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감수녀는 “대안학교를 문제학교로 취급하는 일부 그릇된 시각이 없어져야 한다”며 “나를 알고 남을 이해하며 서로 공동체를 이뤄 생활하는 것이 진정한 대안학교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