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이하나 아빠입니다.

작성자 : 이창수 | 조회수 : 4,933 | 작성일 : 2012년 3월 24일

강아지를 아주 예뻐한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여러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 강아지들을 너무도 예뻐한 나머지 꼭 안고 놓아주지를 않았습니다.  몇몇 강아지들은 그게 편하고 견딜만 했지만 유독 한마리는 너무 숨이 막혀 달아나려고 했습니다.  이 아버지는 그 달아나려는 강아지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 강아지는 멀리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잃어버린 강아지를 원망했고 그 강아지도 질식할 만큼 품에서 놓아주지 않으려던  그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몇해가 흘렀습니다.  그 강아지가 저였습니다.  유학을 말씀드리고 난 이후에 아버지와 저는 아주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서로 말도 하지 않는 힘든 몇 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제가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예쁜 강아지가 생겼습니다.  둘도 여럿도 아닌 딱 한마리입니다.  그 강아지가 저를 떠나 멀리에 있습니다.  제게도 저의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나봅니다.  그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놔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매일 보고싶고 안아주고 싶고 뽀뽀해주고 싶어서 많이 힘듭니다.  돈이 없어 힘들게 유학하던 시절 그 강아지의 미소를 보면서 기운을 냈었고 제가 아파하고 지쳤을 때 어루만져주던 그 작은 손길때문에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제 놓아주려고 합니다.  믿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딸아이의 어릴적 사진들을 보면서 옛날 추억에 잠겨있을때 하나는 미래를 생각할 겁니다.  자기의 꿈을 키우고 있을 겁니다.  그 꿈, 옆에서 지켜봐주려 합니다. 

하나는 한국사람 한명도 없는 아주 외딴 곳에서 태어나서 17년을 자랐습니다.  본인이 한국인이라는 것보다는 미국인이라는 의식이 훨씬 강합니다.  말도 어눌하고 두 나라의 큰 문화차이도 분명 겪고 있을겁니다.  여러면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자기 주장이 강해서 굽히지 않을 때도 있을겁니다. 급우들과 의견차이로 상처받을 때도 있을겁니다.  지금은 그게 힘들겠지만 모난 부분이 깨어지면서 아주 원만하고 쓸모있는 석재가 되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지난 11월에 양업고등학교에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딸을 이 학교에서 교육시키면 참 좋을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행복한 아이들의 표정, 진심이 담겨있는 교직원분들의 성의, 자율을 중시하는 학풍등 모든것이 사랑하는 아이를 멀리 떠나 보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일이 잘 성사되게 지원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말씀 전하려 합니다.  하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힘이 되어주는 급우들과 선배들 모두에게도 고맙다는 말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이번 5월에 한국과 중국으로 출장을 가게되었습니다.  5월 10일 밤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11일에 있을 5월 학부모회의때 저도 참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보고싶은 하나와 손잡고 함께 운동장에서 뛰고 싶습니다.  그때 아버님 어머님들 만나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아무리 반복해도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 걸 보면서 세상의 지혜를 아직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저를 탓하게 됩니다.  헤어지는 게 쉽지않았던 만큼 사랑하는 제 딸을 만나는건 아주 큰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마음껏 뛰어놀라고 품에서 멀리 놓아준 그 강아지가 한국에서 힘차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아들을 저희 아버지도 이제는 인정하셨고 지금은 부자지간의 사이도 좋아졌습니다.  멀지않은 장래에 저와 영원히 헤어질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저는 하나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로 기억되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분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교환학생 이하나 아빠 이창수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