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리의 환희-스승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작성자 : 옥순원 | 조회수 : 4,608 | 작성일 : 2010년 5월 14일

  환희리... 양업고등학교 이름으로 나란히 도착한 두통의 편지-한 통은 학부모 대상 안내문이었다.

양업이 금연 선도학교로 지정되었다는 것인데 오래 묵어 안으로 곪은 골칫거리였던 흡연문제를 정공법으로 해결하려는 선생님들의 단합된 의지가 역동적으로 제시되어있어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다른 한 통은 국어선생님이 수업시간의 학습물을 챙겨 보낸 것이다. 어버이날 이미 대가족잔치 같은 양업 체육대회에 초대받아서 자녀들과 줄다리기도 하였고 나무그늘에 앉아 한솥밥도 나누어먹은 부모들이지만 다시한번 우리들 마음을 헤아려주는 정겨운 학습물을 받으니 가정의 달 오월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자식이 자랄수록 부모 가슴은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심정을 마치 들여다보듯, 양업 친구들이 서로 돌려 쓴 <친구 부모를 위한 편지> 2쪽을 읽으니, 교사와 학부모간의 경계가 사라진다. 우리 자식들의 어디에 이런 잔잔함이 숨겨져 있었던가! 안 보는 척하면서 세상을 보았고 모르는 척하면서 부모를, 게다가 잠깐잠깐 스쳐 지났던 친구의 부모까지 느끼고 통찰해보았다니!

  돌림편지는 자칫하면 경망한 글장난이 되기 쉬운데 이렇게 순도 높은 진심들을 모은 것을 보면 수업을 진지하게 준비했을 교사의 긴장감이 함께 느껴진다.
  애쓰심에, 정말 감사하다.  한 시간의 수업목표, 일년, 십년의 교육목표를 잃지만 않는다면 사사로운 교육현장의 시행착오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양업이, 일반학교보다 더 미더운 이유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양업의 교장신부님이 스승의 날에 대통령상을 받으시는 일은 너무 때늦어서 오히려 우리 신부님의 품격에 비하자면 무례한 대중의 칭찬으로 느껴진다.     
  양업학교는 가톨릭정신을 실천하는 사제가 이끄는 작은 학교이지만, 많은 영역에서(이번에 지정된 금연 선도학교 뿐 아니라) 일반 제도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세인들의 관심과 주목이 쏠리다 보면 이렇고 저런 세상의 비판도 많아 양업의 교사들은 때로 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묵묵히, 고집스럽게도 학교설립의 이념을 결코 접지 않는 학교관리자, 그날의 수업목표를 이탈하지 않는 교사의 진득함이 있어 멀리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든든하다.
 
 교사 못지않게 이상향을 추구하다가 전국에서 양업으로 찾아든 만만찮은(!) 우리 부모들의 너무한 기대까지 받아내어야 하는 양업의 교사들은 누구보다 고달플 것이다. 그들의 어깨는 군중 속에 있다가 십자가를 대신 지게 된 시몬의 어깨와 닮아있다.   
  이제 그 어깨에, 빛나는 대통령상이 내려졌다니 이 낭보는 멀리 계신 사제 대신에 스승의 날을 조촐히 지내는 양업 교사들의 어깨 위에 비둘기가 내려앉고, 환희리에 햇살이 쏟아지는 축복의 증표나 다름없다.
 
 이 축복을 나누는 양업의 교사 손으로 부쳐 온 편지 - 어쩌면 들꽃 다발 같기도 하고, 조각이불 같기도 한, 색색 글씨로 이은 아들딸의 편지로, 그간에 목마르고 허전했던 부모의 가슴 한 쪽도 데운다.

 좋은 학교, 어진 학교, 양업과 그 선생님들께 신의 가호, 수호성인의 축복이 이어지기를 축원한다.

-스승의 날, 멀리 계신 사제와, 양업의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3학년  학부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