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딩 친구들 피곤해 하지만,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690 | 작성일 : 2009년 10월 29일
한국 고딩 친구들 피곤해 하지만, 매점가는 쉬는시간 happy해요
[한국일보] 2009년 10월 29일(목) 오전 02:37 가 가| 이메일| 프린트
미국 고교생들 한국 학교서 생활해 보니…
"틈나면 최신곡 안무 연습" 활기 차고 친절
"알바도 마음대로 못해" 부모에 너무 의존적
"한국 고등학교에선 쉬는 시간 10분이 정말 중요해요. 종이 울리면 모두 매점으로 뛰죠."
친구들과 함께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조안나 밀스(18)양은 쉬는 시간 얘기가 나오자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냅다 뛰는 시늉을 했다. 밀스양은 종일 공부하느라 바쁜 친구들과 매점에서 누리는 10분간의 휴식이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고 했다.
"I love 몽셸 and 초코파이!" 밀스양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를 늘어놓으며 두 손을 가슴에 얹고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옆에 앉은 레이첼 겔러(17)양은 "포켓몬 bread!"를 외쳤다. 그는 "사실 빵보다 그 안에 든 캐릭터 스티커가 더 좋다"며 익살을 떨었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 양평의 한 펜션. '할로윈 파티'를 위해 모인 미국인 고교생들은 각자 한국 고등학교에서 겪고 있는 낯설지만 재미있는 체험들을 나누기에 바빴다.
이들은 미국 국무부가 자국 안보에 중요한 나라를 선정해 청소년들에게 언어습득 및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NSLI-Y'(National Security Language Initiative for Youth)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7월 방한했다.
모두 37명이 참가해 6주간 한국어를 배우고 전통문화 등 다양한 체험을 했는데, 이중 16명은 "한국을 더 알고 싶다"며 한 학기에서 1년간 전국 7개 고교에서 한국의 10대들과 어울려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이들은 이날처럼 한 달에 한 두 번씩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
"한국 학생들은 친절하고 활기가 넘쳐요." 밀스양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포미닛의 신곡 'Muzik'을 크게 틀어놓고 너나 할 것 없이 춤을 그대로 따라 하는 친구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아이돌 가수에 하나같이 열광하는 팬클럽 문화도 미국 여고생의 눈에는 낯선 풍경이었다. 겔러양은 외국인에게 무관심한 미국과 달리 스스럼 없이 대해주는 친구들이 무척 고맙다고 했다.
"처음 학교에 갔을 때 다들 어찌나 크게 소리 지르며 환영해주는지 마치 스타가 된 것 같았어요. 학교에서 만나는 모든 친구들이 인사를 건네지만 사실 이름표가 한자로 돼있어서 김씨, 이씨라는 것밖에는 기억 못해요(웃음)."
하지만 낯설고 이상한 풍경도 적지 않다. 수업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혼자 공부하거나 자는 모습은 특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밀스양은 "학교에 베개와 담요를 가져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니나 랜돌프(18)양은 "모든 친구들이 오후에 학원에 가거나 자율학습을 해야 하니깐 늘 피곤해 하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여고에 다니고 있는 여학생들은 "선생님들이 '공부 열심히 해야 남편이 바뀌고 미래가 바뀐다'고 말하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들의 태도를 의아해 하기도 했다. "한국 선생님들은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밀스양), "선생님이 마치 부모님처럼 이래라 저래라 해요."(랜돌프양) 이 때문에 학생들이 더 의존적이고 같은 나이여도 미국 학생들보다 어려 보인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넬슨 어너(17)군은 "운전도, 아르바이트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자기가 먹을 음식도 할 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며 "미국에서는 열여섯 살이 넘으면 거의 성인으로 대접받는데 한국은 고등학생이 돼도 초등학생처럼 부모님이 다해준다"고 꼬집었다.
겔러양은 "한 번은 대형마트에서 혼자 쇼핑을 하다 학교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공부할 시간에 여길 어떻게 혼자 왔냐고 물어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교육에 대해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모두 명문대 또는 외국 유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겔러양은 "한국은 모든 게 잘 갖춰진 나라"라며 "인재를 외국에 보내지 말고 한국에서 잘 가르쳐야 한국의 인재가 된다"고 말했다.
랜돌프양도 "좋은 교육을 찾아 유학 보내는 것보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바꿔 좋은 교육으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밀스양은 "차라리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 한글을 더 열심히 가르쳐달라"고 했고, "한글 is cool!"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어너군도 "중국어, 일본어와 달리 미국에선 한국어를 배울 곳이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쓴소리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 것임은 물론이다. 이들은 각자의 한국이름을 소개하며 '한국사랑'을 드러냈다. 겔러양은 "여성그룹 '2NE1'의 공민지를 좋아하는데 그 이름에 홈스테이 하는 집 아빠 성을 따라 직접 '박민지'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밀스양은 주변에서 웃는 모습이 탤런트 한예슬을 닮았다며 그 이름을 붙여줬고, 어너군은 함께 살고 있는 한국인 가족에게서 '장수호'란 이름을 선물 받았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랜돌프양은 '이미나'란 한국이름에 더 애착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또는 아시아에 관련 된 일을 장래희망으로 세운 학생들도 적지 않다. 밀스양은 "아시아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는데, 특히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한국일보] 2009년 10월 29일(목) 오전 02:37 가 가| 이메일| 프린트
미국 고교생들 한국 학교서 생활해 보니…
"틈나면 최신곡 안무 연습" 활기 차고 친절
"알바도 마음대로 못해" 부모에 너무 의존적
"한국 고등학교에선 쉬는 시간 10분이 정말 중요해요. 종이 울리면 모두 매점으로 뛰죠."
친구들과 함께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조안나 밀스(18)양은 쉬는 시간 얘기가 나오자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냅다 뛰는 시늉을 했다. 밀스양은 종일 공부하느라 바쁜 친구들과 매점에서 누리는 10분간의 휴식이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고 했다.
"I love 몽셸 and 초코파이!" 밀스양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를 늘어놓으며 두 손을 가슴에 얹고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옆에 앉은 레이첼 겔러(17)양은 "포켓몬 bread!"를 외쳤다. 그는 "사실 빵보다 그 안에 든 캐릭터 스티커가 더 좋다"며 익살을 떨었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 양평의 한 펜션. '할로윈 파티'를 위해 모인 미국인 고교생들은 각자 한국 고등학교에서 겪고 있는 낯설지만 재미있는 체험들을 나누기에 바빴다.
이들은 미국 국무부가 자국 안보에 중요한 나라를 선정해 청소년들에게 언어습득 및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NSLI-Y'(National Security Language Initiative for Youth)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7월 방한했다.
모두 37명이 참가해 6주간 한국어를 배우고 전통문화 등 다양한 체험을 했는데, 이중 16명은 "한국을 더 알고 싶다"며 한 학기에서 1년간 전국 7개 고교에서 한국의 10대들과 어울려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이들은 이날처럼 한 달에 한 두 번씩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
"한국 학생들은 친절하고 활기가 넘쳐요." 밀스양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포미닛의 신곡 'Muzik'을 크게 틀어놓고 너나 할 것 없이 춤을 그대로 따라 하는 친구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아이돌 가수에 하나같이 열광하는 팬클럽 문화도 미국 여고생의 눈에는 낯선 풍경이었다. 겔러양은 외국인에게 무관심한 미국과 달리 스스럼 없이 대해주는 친구들이 무척 고맙다고 했다.
"처음 학교에 갔을 때 다들 어찌나 크게 소리 지르며 환영해주는지 마치 스타가 된 것 같았어요. 학교에서 만나는 모든 친구들이 인사를 건네지만 사실 이름표가 한자로 돼있어서 김씨, 이씨라는 것밖에는 기억 못해요(웃음)."
하지만 낯설고 이상한 풍경도 적지 않다. 수업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혼자 공부하거나 자는 모습은 특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밀스양은 "학교에 베개와 담요를 가져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니나 랜돌프(18)양은 "모든 친구들이 오후에 학원에 가거나 자율학습을 해야 하니깐 늘 피곤해 하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여고에 다니고 있는 여학생들은 "선생님들이 '공부 열심히 해야 남편이 바뀌고 미래가 바뀐다'고 말하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들의 태도를 의아해 하기도 했다. "한국 선생님들은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밀스양), "선생님이 마치 부모님처럼 이래라 저래라 해요."(랜돌프양) 이 때문에 학생들이 더 의존적이고 같은 나이여도 미국 학생들보다 어려 보인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넬슨 어너(17)군은 "운전도, 아르바이트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자기가 먹을 음식도 할 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며 "미국에서는 열여섯 살이 넘으면 거의 성인으로 대접받는데 한국은 고등학생이 돼도 초등학생처럼 부모님이 다해준다"고 꼬집었다.
겔러양은 "한 번은 대형마트에서 혼자 쇼핑을 하다 학교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공부할 시간에 여길 어떻게 혼자 왔냐고 물어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교육에 대해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모두 명문대 또는 외국 유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겔러양은 "한국은 모든 게 잘 갖춰진 나라"라며 "인재를 외국에 보내지 말고 한국에서 잘 가르쳐야 한국의 인재가 된다"고 말했다.
랜돌프양도 "좋은 교육을 찾아 유학 보내는 것보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바꿔 좋은 교육으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밀스양은 "차라리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 한글을 더 열심히 가르쳐달라"고 했고, "한글 is cool!"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어너군도 "중국어, 일본어와 달리 미국에선 한국어를 배울 곳이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쓴소리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 것임은 물론이다. 이들은 각자의 한국이름을 소개하며 '한국사랑'을 드러냈다. 겔러양은 "여성그룹 '2NE1'의 공민지를 좋아하는데 그 이름에 홈스테이 하는 집 아빠 성을 따라 직접 '박민지'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밀스양은 주변에서 웃는 모습이 탤런트 한예슬을 닮았다며 그 이름을 붙여줬고, 어너군은 함께 살고 있는 한국인 가족에게서 '장수호'란 이름을 선물 받았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랜돌프양은 '이미나'란 한국이름에 더 애착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또는 아시아에 관련 된 일을 장래희망으로 세운 학생들도 적지 않다. 밀스양은 "아시아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는데, 특히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bst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