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고통스럽지만...

작성자 : 옥순원 | 조회수 : 4,842 | 작성일 : 2008년 9월 30일


높고 외롭고 쓸쓸한...

어제,
시위대의 후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목청이 갈라지도록
구호를 외치던 耳順의 사제와 성난 교사, 그리고
피켓을 드느라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저려오기 시작하는 다리에 자꾸 힘을 주면서
허공을 향해
무수히  돌팔매질을 해댔던 우리들

시인의 언어처럼, 참 높고 참 외롭고,
참 쓸쓸한 우리들의 기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각자 일터로 돌아가 몸은 흩어져있지만

지금도 간절한 묵언은
창공을 날으는 화살기도가 되어
교활한 땅 위에서 활개 치는 다수의 몽매한 이들 심장을
하나, 하나, 겨누어 나갈 것입니다.

바로 어제,
우리에겐 요령도, 무기도 부족하여
심판자들을 갈등과 진통으로부터 구해내진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린 믿어요.
의미있는 고통은 반드시 축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깃발에 ‘양업인’의 고뇌를 모두 새겨
양업의 지붕과 교정을 다 덮을 때까지 
평화의 저녁종소리
우리 함께 다시 들을 때까지
누운 깃발 마주 붙잡고 의연히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