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 불꽃 같은 사랑에 데이다 "

작성자 : 이경희 | 조회수 : 5,098 | 작성일 : 2008년 4월 19일

포콜라레 영성을 사는 이민용ㆍ진옥식씨 가정


    포콜라레 운동의 창시자 끼아라 루빅(1920~2008) 여사가 선종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스스로 끼아라 여사가 되어 살겠다고 다짐한 많은 회원 중 이민용(베드로, 49, 서울 창4동본당)ㆍ진옥식(데레사, 46)씨 가정을 찾아갔다.
 
 이씨 가정엔 '벽난로'같은 따뜻함이 있다. 서로 바라보는 눈빛도 애틋하고 이유없는 사랑이 감돈다.
 포콜라레 회원으로 살고 있는 이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환영 포콜라레, 1604호'라고 쓰인 종이컵이 붙어 있다. 포콜라레 영성을 사는 게 행복해 '포콜라레'라는 말이 주머니 속 송곳처럼 튀어나온다.
 이 가정에 포콜라레 영성이 싹튼 지 10년이 넘었다.
 "전에는 가족들 모두 평행선의 삶을 살았어요. 하루일과를 마치면 각자 텔레비전 앞에 있거나 방에 있거나. 왜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거 있잖아요."(진옥식)
 이들은 성당 문턱만 넘어다니는 신자일 뿐 세상 사람과 똑같았다. 낮에는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밤에는 자녀들 교육비로 잠을 설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마르 12,31)는 성경말씀은 두꺼운 성경에 박제된 좋은 글에 불과했다.
 "서로 사랑하라"는 구절이 가정에 살아 숨쉬게 된 건 1997년, 의류사업을 하던 이씨가 이탈리아 로피아노에서 한 사람의 잔잔한 기쁨의 미소를 발견하고서다. 로피아노는 종교와 이념, 연령과 배움의 차별없이 다민족이 일치의 삶을 살아가는 소도시다. 한국으로 돌아와 자세히 알아본 이씨는 아내와 함께 포콜라레 회원들의 3박 4일 모임 '여름 마리아폴리'에 참석하게 됐다.
 포콜라레 회원들의 따뜻한 대우에 부부는 '여긴 뭐지'하며 어리둥절했다. 마치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사는 이들 같았다. 이들의 따뜻함과 포근함에 부부는 예수님의 사랑을 발견했다. 지난 생활에 대한 반성과 포콜라레를 알게 된 기쁨이 눈물로 쏟아졌다.
 이씨 가정은 IMF 때 사업에 실패하고 진씨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등 삶의 굴곡이 많았다. 또 지난해에는 떨어져 지냈다. 진씨가 아이들의 어학공부를 위해 필리핀으로 떠나면서다. 기러기 아빠가 된 이씨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래도 이들은 사랑으로 포콜라레 일치의 영성을 따로 함께 살아나갔다. 저녁마다 수화기를 들고 저녁기도를 함께 드렸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가족의 간절한 기도였다.
 이들은 매달 포콜라레 모임에 참석해 사랑한 경험을 터놓는다. 또 주어진 한 달 동안 복음말씀을 통해 사랑하는 연습을 한다. 큰 딸(이해인 데레사, 23)과 둘째 아들(이해진 바오로, 20), 막둥이(이해성 마태오, 11) 모두 포콜라레 젠(Gen, 같은 또래와 복음을 실천하는 모임) 모임에 나간다.
 이들 부부는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우리 가족 안에 예수님이 살아계심을 느낀다"며 "끼아라 여사는 우리 가정의 삶을 하느님과 연결해줬다"고 미소 지었다.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