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914 | 작성일 : 2007년 8월 13일

2002학년도 "가족관계" 숙제를 정리하다가 한 학생이 제출한 과제물을 읽었습니다.  ㅠㅠ


이 졸업생은 강남대 체육학과를 다니다가  깨달은 바가 있어 고시원에서 편입시험을 준비하여 홍익대 경영학과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호주에서 동기  권대환(호주유학중)과 함께 즐거운(?)  언어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  아버지 와 나  ]  ------------------------------------------------------------------                                                                             


나의 아버지는 매우 엄하시다. 경상도 분이라 한번 흥분하시면 그 날은 저승 가는 날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항상 난 말썽을 부려서 아버지께 혼이 났다. 난 어려서부터 멋  부리기를 좋아했다. 가끔 초등학교 때 사진을 보면 정말 웃기다. 초등학교 때부터 머리에 젤을 바르고 찢어진 청바지로 전교에서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이런 나를 보고 종종 집에 전화를 하곤 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께선 나에게 이런 일로 화를 내거나 꾸중은커녕 오히려 칭찬해 주시고 멋있다고 하셨다.


어느덧 나도 중학생이 되었다. 새로 사귄 친구와 처음으로 옷을 사러 이태원이란 곳에 가게 되었다.
그곳은 정말 꿈같은 곳이었다. 나에게 진정한 패션의 세계를 보여 주었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허리 40짜리 큰 힙합 바지와 사이즈 280의 큰 운동화와 땅바닥에 닿을 정도의 벨트를 샀다. 나도 모르게 그냥 분위기와 그 삐끼 말에 사버린 것이었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계속 불안해했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고 마침 또 아버지께서 일찍 오셔서 외식을 하러 나가게 되었다. 난 눈 딱 감고 새로 산 옷을 입고 나왔다. 어머니는 놀라셔서 당장 가서 바꿔오라고!! 찢어버리겠다고 하셨다.
그때 아버지께서 “왜, 그래 당신! 멋 있구만!” 하시는 것이었다. 정말 세상에서 젤 기분이 좋았다. 외식하러간 음식점 사람들이 식사를 하다가 전부 날 쳐다 모았다. 그때만 해도 힙합이란 패션은 아직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걸 보신 우리 엄마는 얼굴이 뻘게지셔서 날 째려보시며 “쪽 팔려 죽겠다고”하셨지만 우리 아버지께선 “괜찮다” “멋있다” “개성 있다” 늘 웃으시며 칭찬해 주셨다. 그 이후로 나는 점점 더 해갔다.
처음엔 귀를 뚫었다. 그 다음은 노랗게 머리 전체를 염색했고 매일 매일을 몸단장하는 데에만 신경 썼다.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도 30-40분씩 화장실에서 머리를 만지고 교복도 교칙에 맞지 않게 고치고 매일 학교에서 집에 전화가 오고 수도 없이 맞고 수도 없이 머리도 잘렸다. 머리 단속을 하는 날엔 아예 학교에 나가질 않았다.


나는 점점 공부와도 멀어져갔고 담배와 술을 배우고 점점 더 학교와 멀어져 갔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베트남으로 긴 출장을 가셨고 나는 정말 점점 더 멋에 빠져들어만 갔다. 그것도 겉멋에만....
중학교 3학년 때에는 누구도 나의 패션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저 개성 하나로 살았다.


2년 후 아버지가 돌아 오셨을 때...
난 어린 나이에 무스로 머리를 쫙! 넘기고 검은 정장에 쫙! 붙는 쫄 바지에 길다란 뾰족구두를 신고 공항에 나갔다. 어머니께선 공항 가는 차안에서 내내 점잖치 못하다고 삐끼 새끼 같다고 욕을 하셨다. 하지만 난 상관없었다. 그 누가 뭐라 할지라도 내가 존경하는 아버지께선 내 이런 모습을 인정해 주시니깐....  역시 아버지셨다.  날 알아보시고 더 멋있어졌다며 꼭 안아주시고...  가끔은 내 스타일의 옷을 사다 주실 때도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나도 고등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겉멋 부리기는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는 보온도시락 때문에 책가방 모양이 이쁘게 안 나오자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은 적도 있다. 그럴 정도로 멋에 살고 멋에 죽는 놈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난 양업이란 고등학교를 알게 되었고 자퇴했다. 난 정말 대단하다. 이곳 양업에 올 때도 난 머리띠를 하고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지금생각하면 정말 웃기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변함 없었던 나의 이 멋 바람은... 여름방학 때였다. 등까지 내려오는 나의 사자머리(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를 썬 글라스로 넘기고 최대한 멋을 부리고 가족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갈비 집에 갔다. 한참 식사를 하던 중에 갑자기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명환아! 이제 머리를 짧게 짤라 보는 건 어때?” 난 뭔 소리지? 하고 “왜?”하고 건성건성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너도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이젠 해볼 만큼 다 해 봤잖아?”
난 그 말에 너무 화가 났다. 멋 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다니? 아니 그보다 아버지께서 이렇게 얘기하시는 것이 이해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