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꽃, 사랑을 꿈꾸다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4,789 | 작성일 : 2007년 8월 24일
혹시 여러분은 자신이 선인장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으신가요? 사막 한 가운데 날카로운 가시 투성이로 멋없이 서 있는 선인장. 신혼의 그 달콤한 시간이 끝난 후, 끝없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결혼생활의 무게를 견뎌내다 보면,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딛고 있던 든든한 푸른 땅은 사라지고, 사막 한 가운데에 가시투성이의 선인장이 되어, 홀로 서 있다는 그런 느낌을 갖게 된 적 있으신가요? 그럴 때, 아름다운 꽃밭 한 가운데가 아니라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다고, 그리고 자신이 더 이상 아름다운 장미가 아니라 선인장이 되버렸다고 너무 슬퍼하진 마세요. 꽃이 매달려 있을 구석 하나 없어 보이는 그 선인장에도 꽃은 피어나니까요. 장미처럼 자주 그리고 화들짝 피진 않아도, 아주 조용히 단 한 송이의 꽃을 피워내는 선인장, 비가 내리지 않아도, 뜨거운 태양이 하루 종일 내려 쪼여도, 또 누구 하나 봐주지 않아도 스스로 묵묵히 꽃을 키워내기 위해 그 모든 갈증을 견뎌내는 선인장에서 전 사랑의 희망을 봅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서로의 몸에 난 가시만 보았지 피어날 꽃을 망각한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꽃을 잊고 가시만 바라보는 그런 어리석음으로 오늘도 서로의 마음에 자꾸만 상처를 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잎이 가시가 되어도 꽃을 기억하는 선인장을 보며, 마음에서 이미 멀어져 버린 것 같은 사랑에 슬퍼하기 보다, 그 모든 열악한 조건에서도 언젠가는 꼭 꽃을 키워내는 그런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본다면, 사막 한 가운데에 떠 있는 배에도 노가 있는 그 황홀한 신기루를 볼 수 있을 겁니다 - 이충무 바오로 건양대학교 교수-대전교구 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