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신부님 강론
작성자 : 허미옥 | 조회수 : 3,531 | 작성일 : 2006년 10월 30일
<BR><함께 눈물 흘리시는 하느님> - 양치기 신부님<BR><BR>한 시각장애우의 하루를 동행해드리면서 그분들이 <BR>얼마나 힘겹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지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BR><BR>다른 무엇에 앞서 그분들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BR>요즘 같이 다양한 자연의 볼거리로 충만한 가을의 정취를 <BR>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BR><BR>제가 모시고 걸어가면서 계속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BR>가을의 분위기를 설명해드렸는데, <BR>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BR>그저 “아 그래요?” “예, 그렇겠군요”라고만 대답하셨습니다. <BR><BR>우리가 눈만 뜨면 공짜로 구경할 수 있는 청명한 가을하늘이나, <BR>단풍으로 불붙는 가을 산이나, 한들한들 흔들리는 코스모스, <BR>감나무...이런 모든 것들이 그분들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었습니다. <BR><BR>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여쭈었더니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BR>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은행도 가야하고, 동사무소도 가야하고, <BR>친구들도 만나야하는데, 나갈 때 마다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BR><BR>특히 도로를 건너다닐 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인파사이를 <BR>걸어 다닐 때, 수시로 부딪치고, 넘어지고, <BR>피해를 입어도 앞이 보이지 않으니 대책도 없고...<BR>정말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BR><BR>뿐만 아닙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BR>즉시 우리를 맞이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환한 아침입니다. <BR>그리고 빛과 더불어 시작되는 하루입니다. <BR>그러나 자신에게는 아침에도 캄캄, 점심때도 캄캄, <BR>저녁이 와도 캄캄...인생 전체가 어둠이라는 것입니다. <BR>이것처럼 답답한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BR><BR>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예리코라는 지방을 떠나가실 때 <BR>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BR>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힘을 다해 외칩니다. <BR><BR>“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BR><BR>“웬 거지가 나타나서 난리냐? 조용히 해라”는 <BR>사람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BR>있는 힘을 다해서 외칩니다. <BR><BR>“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BR><BR>바르티매오의 태도를 눈여겨보십시오. <BR>한번 매달려보고 안되면 말지 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BR>간절합니다. 이제 놓치면 마지막이라는 애타는 마음으로 외칩니다. <BR><BR>연민으로 가득 찬 예수님의 음성을 들으니 <BR>시각장애로 인해 서러웠던 지난 세월이 <BR>그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떠올랐을 것입니다. <BR>시각장애로 재산 다 날리고, 인간사회로부터 추방당하고, <BR>짐승처럼 살아왔던 지난 세월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BR>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더 낫다고 마음먹은 적도 셀 수도 없이 <BR>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BR><BR>그런 바르티매오였기에 체면불구하고 또 다시 있는 힘을 다해 외칩니다. <BR><BR>“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BR><BR>자비 지극한 예수님, 연민 가득한 예수님이셨기에 <BR>참으로 불쌍한 바르티매오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BR>걸음을 멈추십니다. 가련한 바르티매오를 유심히 바라보십니다. <BR>시각장애로 인해 평생 동안 그가 겪어왔던 서러움, <BR>고통 앞에 함께 눈물 흘리십니다. <BR><BR>이윽고 자비의 손길을 바르티매오에게 펼치십니다. <BR>인생의 막장에서,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간절히 부르짖는 <BR>바르티매오의 외침 앞에 마침내 예수님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BR>권능의 손을 그에게 펼치십니다. <BR>자비의 팔을 그의 어깨에 두르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BR><BR>“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BR><BR>바르티매오의 새 삶을 한번 살아보겠다는 간절한 마음, <BR>예수님께서는 전지전능한 메시아임을 굳게 믿는 <BR>확고한 신앙이 결국 기적을 불러왔습니다. <BR><BR>오늘 우리 역시 치유 받은 바르티매오처럼 <BR>주님의 도움으로 다시 한 번 눈을 뜨기 바랍니다. <BR>다시 한 번 보란 듯이 새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BR><BR><EMBED src=http://www.chaesung.com/chunjin02.swf width=250 height=6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EMB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