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신부님의강론말씀입니다.

작성자 : 허미옥 | 조회수 : 3,477 | 작성일 : 2006년 9월 18일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BR>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BR><BR><B>&lt;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실, 순교&gt; - 양치기 신부님</B><BR><BR>우리 한국 순교 성인들의 생애를 읽을 때 마다 와 닿는 첫 느낌은 <BR>안타까움입니다. 아쉬움입니다. 안쓰러움입니다. <BR>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BR>이어서 드는 느낌은 처절함입니다. 비참함입니다. <BR>여기서도 끝나지 않습니다. 마침내 드는 느낌은 경이로움입니다. <BR>놀라움입니다. 입이 딱 벌어집니다. <BR>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습니다. <BR><BR>순교의 때가 도래했을 때, 우선 당장 몸을 피하고 나서 <BR>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단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 <BR>그렇게 가볍게 여겨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BR><BR>그러나 다가온 순교의 기회 앞에 우리 신앙의 선조들께서는 <BR>조금도 물러섬이 없었습니다. <BR>순교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바로 이 순간, <BR>이 자리에서 순교의 영예를 얻고자 각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BR><BR>순교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투옥된 이후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BR>너무 아깝다는 이유로, 누구누구와 인척관계란 이유로 <BR>강제로 형 집행에서 면제시켰습니다. <BR>다시는 천주교 근처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BR>단단히 이르며 방면시켰습니다. <BR><BR>그런 순간, 우리는 어떻게 처신했겠습니까? <BR>이것도 다 하느님 뜻이겠지, 나중에 기회가 또 오겠지, <BR>지금은 일단 조용히 지내야지, <BR>하는 생각도 들어 많이 햇갈릴 것입니다. <BR><BR>그러나 우리 순교자들은 사형집행에서 면제되는 것을 <BR>아주 수치스런 일로 여겼습니다. <BR>가장 큰 하느님의 선물을 넣었다가 놓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BR><BR>그래서 어떤 순교자는 방면되어 집에 왔다가, <BR>‘이건 정말 아니다’며 다시 발길을 관헌으로 돌렸습니다. <BR>그리고 조용히 말로 할 때 집으로 돌아가라는 포졸에게 <BR>계속 졸라댔습니다. 나를 다시 가두라고. <BR>제발 좀 정신 차리라며 등을 떠미는 포졸들에게 <BR>제발 다시 투옥시켜달라고 애걸복걸했습니다. <BR><BR>이러한 우리 순교성인들의 신앙, <BR>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BR>어찌 보면 너무도 무모해보이기도 하지만 <BR>정녕 놀라운 신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BR><BR>우리 순교성인들의 무고한 죽음, <BR>그 비참한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BR>우리 순교성인들의 죽음은 어떤 면에서 <BR>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에 대한 <BR>가장 적극적인 추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BR> <BR>그들이 참혹한 죽음 앞에서도 그리 당당할 수 있었던 <BR>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BR>눈앞에 뵙는 듯이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BR>다른 사람들은 아직 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천국을 <BR>일찌감치 맛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BR>&nbsp;&nbsp; <BR>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에 정신없는 제게,<BR>아직 제 자신조차도 극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제게, <BR>우리 순교성인들의 생애는 너무나 커 보입니다.<BR>&nbsp;&nbsp; <BR>자신에게 다가온 마지막 순간인 죽음 앞에서 <BR>우리 순교성인들처럼 그리도 침착하고 의연한 태도를 보인 사람은 <BR>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 순교성인들의 전기를 <BR>꼼꼼히 읽어보면서 그들은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라 <BR>죽음을 맞이하러 나가셨습니다. <BR><BR>가장 값진 선물을 받은 어린이처럼 죽음 앞에서 기뻐하셨습니다. <BR>그들은 우리 후손들에게 순교를 통해서 한 인간의 생애가 <BR>이렇게 숭고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는 것, <BR>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셨습니다. <BR>&nbsp;&nbsp;&nbsp; <BR>우리 순교성인들의 죽음은 어쩌면 자청한 죽음, 예정된 죽음, <BR>계획된 죽음, 준비된 죽음이었습니다. <BR>그들은 한 평생 이 마지막 순간, <BR>장엄하게 낙화할 순교의 순간을 꿈꾸어왔던 것입니다. <BR>그들의 평생에 걸친 순교자적 생애는 <BR>휘광이의 칼날 아래 활짝 피어나 <BR>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BR>&nbsp;&nbsp; <BR>우리 순교성인들의 죽음은 어쩌면 한 점 티 없는 <BR>어린 양이셨던 예수님, 순결한 봉헌제물이셨던 <BR>예수님의 삶을 판에 박은 듯이 빼닮았던 <BR>가장 고결한 죽음이었습니다.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