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을 밟는 기분

작성자 : 김선희 | 조회수 : 3,709 | 작성일 : 2005년 3월 13일

큰 애가 떠난 집은 다시 적막강산입니다.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으나 아이는 부득불 친구끼리 

가겠다고 고집입니다. 

그럼, 엄마도 대중교통을 알아야 되니까 요번만 친구들하고 같이 

옥산까지 같이 가자고 해도 아이는 완강하게 자기들끼리 가겠 

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포기하고 집에 남았습니다. 

여자아이라서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이 되어서 이렇게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이는 잔소리로 들리나 봅니다. 

9일날 눈물콧물 흘리면서 우는 아이를 남겨두고 오면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들 참고 잘 견디누만, 왜 너만 그러니?’하는 

아이에 대한 원망과 얼마나 힘들면 얼굴이 핼쓱해져서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부터 쏟아내는 아이가 안쓰럽기도하고 해서 

기분이 복잡했습니다. 

아이가 집에 오는 11일까지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얼굴로 집에 들어올지 여러 가지의 변수를 

떠올리며 초조하게 아이를 기다리고 있던 11일 오후의 저희 집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함 그 자체였습니다. 

저녁때쯤 도착하리라고 예상했던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깨어 

지고 아이는 밤 9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엄마, 나 왔어.”하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는 아이의 

표정부터 살폈습니다. 

아이의 밝은 표정에 ‘아이구. 다행이다.’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제야 마음놓고 왜 이렇게 늦게 왔냐구 물어보았더니 같은 방향 

친구들하고 같이 노래방에 갔다가 오는 거라면서 이야기 보따리 

를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안심 푹 놓고 듣고 있었는 데 

아이는 갑자기 “나, 또 언제 우울해질지 몰라. 그때 마음이 변할 

지 몰라.”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 툭 내어뱉는 데, 가슴에 

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서늘했습니다.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자.”하고 일단 맥을 끊어놓았지만, 

아이의 표정 하나에, 말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내 모습도 

참 측은해 보였습니다. 

결국 견디어내야 하는 것은 그 아이고, 부모로서는 곁에서 마음 

아프게 지켜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기에 하느님께 또 의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튼튼하게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로 굳게 뿌리를 내릴 

수 있기를 마음 깊이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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