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입학생들에게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249 | 작성일 : 2005년 2월 27일

                            2005년 입학식에서

  친애하는 입학생 여러분,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일반학교가 아닌 가톨릭 국내 유일의 대안학교인 양업고에 입학한 것은 여러분의 결정과 부모님들의 지지와 믿음도 있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믿음 안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 학교를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하여 힘찬 박수를 보내며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입학은 이제 이 학교에서 여덟 번째 입학이 됩니다. 여태껏 그랬지만 학교는 여러분과 부모님을 4차례 이상 면접하였습니다. 면접하는 동안 여러분과 학부모는 스스로 이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바로 이 학교다“라는 확신과 결정을 서서히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찾아 온 시골구석의 도피처 학교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여 선택하게 된 이 학교야말로 나의 부족함과 열등감을 시원하게 극복해줄 학교가 될 것입니다. 기숙사와 학교생활을 통하여 나, 너, 우리가 사랑으로 맺어지는 학교, 그리고 사랑이신 하느님의 참된 만남 안에서 내 자신을 가꾸는 학교라는 믿음과, 이곳이야말로 내 자신의 미래를 희망차게 열어줄 학교라는 인식을 마음속에 심어주는 시간이 바로 4회 이상의 면접시간인 것입니다. 이는 학교가 여러분과 부모님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배려인 것입니다.
  학생의 정원을 채우기 위해 구걸하는 학교가 얼마나 많습니까? 많은 학교는 정원에 미달하여 지원자가 생겨나면 자리를 채울 양으로 입학을 허락하고는 열등한 학생들이 왔다고 비난하며 선생님들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학교생활은 학생과 교사가 서로가 피해자로 화살을 돌리며 학교와 학생 모두 헤매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런 일반학교의 요식행위를 거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면접 횟수가 늘어나면서 부모님의 강요에서 벗어나 여러분 스스로가 이 학교를 간절히 바라며 분명하게 선택하도록 이끌어져왔습니다. 우리는 매번 면접의 강도를 더하며 “당신은 왜 이 학교에 왔는가?”에 대한 원의를 깊이 물으며 여러분의 원의를 확인하고 우리의 역량으로 여러분을 교육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에 전 교사의 동의를 통하여 비로소 여러분을 선택하게 됩니다. 분명 한 사람의 결정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주위의 많은 사람의 통찰과 지혜에서 비롯하여 여러분은 이곳에 모인 것입니다. 이렇게 선택한 학교이기에 우리는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날처럼 새롭게 공동체가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과 기대감으로 가득 찹니다.   
  많은 학생들이 추첨과 성적에 따라 인위적으로 인문계, 실업계 등으로 구분지어져 본인이 바라지도 않는 학교를 다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때로는 그 좋은 목적을 지닌 실업계 학교가, 다니고 싶지 않고 동시에 끊임없는 멸시의 시선을 던지는 학교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런 곳을 다니면서 열등감은 증폭될 대로 증폭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마저 학생들을 사랑해야할 대상으로가 아닌, 조롱과 비난의 시선으로 학생들을 강제하고 폭언을 일삼습니다. 이는 교육에 대한 포기입니다. 아직은 왜 내가 이 학교에 몸담고 있는지에 대해 답이 서툴고 미래에 대한 목적이 분명치 않다 하더라도 학생들을 향한 사랑으로 학생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지도하시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언젠가는 자신들이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강한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이 선택한 이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학교라는 인상을 이 중에서 한 명도 주지 않았기에 우리는 여러분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쌍방에서 마음으로 이루어진 선택이기에 우리는 행복합니다. 우리는 여러 작업을 통해 심증을 굳혀 선택했기에 열렬한 마음으로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하나같이 공교육, 일반학교 교육을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영 교시, 자율학습, 강력한 통제와 간섭... 이로부터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싶고, 아직은 미숙하지만 언젠가는 성숙한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신념이 있어 보였습니다. 정말 그러길 바랍니다. 어른들도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것을 감안할 때, 여러분더러 성숙한 자유를 구가하지 못한다고 일찍 단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많은 시간을 두고 우리는 인내할 것입니다. 양업의 3년이란 시간 안에서 성숙하고 질 높은 자유를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유는 선물입니다. 그러나 선물의 가치를 잘못 읽어 방종으로 시간을 낭비하기가 일쑤입니다. 자유는 고귀한 인간을 만드는 수단이며 도구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고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때에 자유는 진정 값진 선물이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