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을 밟는 기분

작성자 : 김선희 | 조회수 : 3,718 | 작성일 : 2005년 3월 13일

큰 애가 떠난 집은 다시 적막강산입니다. <br>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으나 아이는 부득불 친구끼리<br>

가겠다고 고집입니다.<br>

그럼, 엄마도 대중교통을 알아야 되니까 요번만 친구들하고 같이<br>

옥산까지 같이 가자고 해도 아이는 완강하게 자기들끼리 가겠<br>

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포기하고 집에 남았습니다.<br>

여자아이라서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이 되어서 이렇게저렇게<br>

이야기하는 것이 아이는 잔소리로 들리나 봅니다.<br>

9일날 눈물콧물 흘리면서 우는 아이를 남겨두고 오면서 가슴이<br>

답답했습니다.<br>

‘다른 아이들은 다들 참고 잘 견디누만, 왜 너만 그러니?’하는<br>

아이에 대한 원망과 얼마나 힘들면 얼굴이 핼쓱해져서 엄마를<br>

보자마자 눈물부터 쏟아내는 아이가 안쓰럽기도하고 해서<br>

기분이 복잡했습니다.<br>

아이가 집에 오는 11일까지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습니다.<br>

그리고, 아이가 어떤 얼굴로 집에 들어올지 여러 가지의 변수를<br>

떠올리며 초조하게 아이를 기다리고 있던 11일 오후의 저희 집은<br>

폭풍전야처럼 고요함 그 자체였습니다. <br>

저녁때쯤 도착하리라고 예상했던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깨어<br>

지고 아이는 밤 9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습니다.<br>

“엄마, 나 왔어.”하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는 아이의<br>

표정부터 살폈습니다.<br>

아이의 밝은 표정에 ‘아이구. 다행이다.’하는 생각이 먼저 <br>

들었습니다.<br>

그제야 마음놓고 왜 이렇게 늦게 왔냐구 물어보았더니 같은 방향 <br>

친구들하고 같이 노래방에 갔다가 오는 거라면서 이야기 보따리<br>

를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br>

그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안심 푹 놓고 듣고 있었는 데<br>

아이는 갑자기 “나, 또 언제 우울해질지 몰라. 그때 마음이 변할<br>

지 몰라.”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 툭 내어뱉는 데, 가슴에<br>

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서늘했습니다.<br>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자.”하고 일단 맥을 끊어놓았지만,<br>

아이의 표정 하나에, 말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내 모습도<br>

참 측은해 보였습니다.<br>

결국 견디어내야 하는 것은 그 아이고, 부모로서는 곁에서 마음<br>

아프게 지켜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기에 하느님께 또 의지하는<br>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br>

아이가 튼튼하게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로 굳게 뿌리를 내릴<br>

수 있기를 마음 깊이 기도드립니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