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교과 평화반 학급의 날
작성자 : 정수연 | 조회수 : 3,482 | 작성일 : 2017년 9월 25일
평화반은 ‘전주’로 학급의 날을 다녀왔습니다.
아래 글은, 학급의 날임에도 ‘글맘나눔’ 책자를 가방에 갖고 와서,
작성한 김지민 학생의 글맘나눔 내용입니다.
<아래>
2017년 9월 22일 글맘나눔
오늘은 한 주 미뤄진 학급의 날이 있었다. 전나무에서 늘 일어나던 때 일어나 친구들을 깨웠는데 다들 불평불만 없이 잘 일어나 좋았다. 새벽미사를 갔다 온 후 아침을 일찍 먹고 출발했다. 시간을 잘 맞추었는데 쌤이 가장 놀라신 걸 보면 우리가 대단하게 시간을 잘 지켰다고 생각했다.
전주에 도착하고서는 택시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더 우리 반의 평화를 볼 수 있었다. 음식을 정하고 먹는 것부터 마지막 사람이 먹을 때까지 누구도 짜증내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의미없이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나는 그런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그 후에는 청년몰로 이동했는데 이때부터 끝날 때까지 사진의 연속이 될 줄은 몰랐다. 순간순간 사진들을 찍고 필터링된 모습을 보며 그저 그 순간이 좋아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던 건 아니었을까. 포즈도 취해보고 설정도 해보면서 우리들의 시간을 담을 수 있게 해 준 사진광 반장님과 지나가는 행인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한복을 입으러 이동했다. 한복남이라고 하는 가게였는데 여기는 직업을 창조한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라고 벽걸이 티비가 보여주고 있었다 .앞으로의 미래는 직업을 만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닐까 하며 맘에 드는 하늘하늘한 색상의 두루마기를 집었는데 막상 보니까 반팔이어서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대신에 띠가 부가아이템으로 있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어서 사진에 나오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한복을 입고서는 참 바쁘게 사진을 찍었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 잘 안 어울리는 사람들까지 다함께 잘 어울리니 보기에 참 좋았다. 경기전 안에서, 전동성당에서 오만가지 사진을 찍고 보아하니 내가 양고에 들어오고 난 후부터 얼마나 바뀌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시간가는 것만 보며 사진자체를 안 찍으려고 했었겠지만, 지금은 내가 찍어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놀랐다. 졸업할 때쯤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기대로 바뀌는 순간이랄까?
한복을 갈아입고서 스무디와 닭꼬치를 사먹었는데 길바닥에 앉아서 먹었다. 그런데 시선을 신경쓰기는커녕 사진을 찍고있는 우리를 보며 바보인건지 즐기는거 인지 생각했다. 특산품을 사서 택시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갔는데 이렇게 가는 와중에 쌤과 택시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가지를 느꼈다. 어떻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건지를 알았다. 듣고 공감하며 적절히 호응에 화젯거리까지 제시한다는 것은 보통사람이 할 수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어느덧 도착할 때가 되었을 때 내가 보기에 익숙한 풍경이 보이니 용인인가 싶었다가 계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길래 설마설마 했더니 나도 잘 모르는 곳에 내려졌다. 거기서 전철역을 찾으려고 2킬로미터가량을 걸었는데 걸으면서도 느낀 바가 있었다. 누군가는 땅을 보고 걷고 누군가는 목적 없이 걷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인문계고에 갔으면 나도 저렇게 되었으려나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이 사람들의 별은 무언가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에버라인을 찾아 처음 타 보았는데 용인시가 왜 적자가 났는지 알 것 같았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는 열차에 많은 차량에 그 적은 차량조차 채우지 못하는 사람 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후 분당선으로 환승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내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오늘 찍은 사진들로 카톡과 페북을 교체하고 이걸 쓰고 있다. 나는 이제 오늘과 다른 내일을 위해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