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소재 당신은 누구십니까

작성자 : 이경희 | 조회수 : 1,993 | 작성일 : 2009년 8월 9일

<embed src="http://pds59.cafe.daum.net/original/14/cafe/2008/02/24/10/19/47c0c62f194a3&token=20080906&.mp3" width="280" height="45" hidden="true" type="audio/mpeg" wmode="transparent"></EMBED>

</P><!-- end clix_content --></DIV>
<!-- end clix_content -->
<br><br>
당신은 누구십니까 <br><br><br>
 
도종환<br><br>
강으로 오라 하셔서<br>
강으로 나갔습니다<br>

처음엔 수천 개 햇살을 찬란하게 하시더니<br>

산그늘로 모조리 거두시고<br>

바람이 가리키는<br>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br>

당신은 누구십니까.<br>
<br>


숲으로 오라 하셔서<br>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br>

만나자 하시던 자리엔<br>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대신 보내곤<br>

몇 날 몇 밤을<br>

붉은 나뭇잎과 함께 새우게 하시는<br>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br>
<br>


고개를 넘으라 하셔서<br>

고개를 넘었습니다<br>

고갯마루에<br>

한무리 기러기떼를 먼저 보내시곤<br>

그 중 한마리<br>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시며<br>

하늘 저편으로 보내시는 뜻은 무엇입니까.<br>
<br>


저를 오솔길에서<br>

세상 속으로 불러내시곤<br>

세상의 거리 가득<br>

물밀듯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에서<br>

나타났단 사라지고 떠오르다간 잠겨가는<br>

당신은 누구십니까.<br>
<br>


상처와 고통을 더 먼저 주셨습니다, 당신은<br>

상처를 씻을 한 접시의 소금과 빈 갯벌 앞에 놓고<br>

당신은 어둠 속에서<br>

이 세상에 의미없이 오는 고통은 없다고<br>

그렇게 써놓고 말이 없으셨습니다<br>

당신은 누구십니까.<br>
<br>


저는 지금 풀벌레 울음으로도<br>

흔들리는 여린 촛불입니다<br>

당신이 붙이신 불이라 온 몸을 태우고 있으나<br>

제 작은 영혼의 일만팔천 갑절<br>

더 많은 어둠을 함께 보내신<br>

당신은 누구십니까.<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