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2007년8월12일자"개교10년째.."

작성자 : 김경숙 | 조회수 : 7,644 | 작성일 : 2007년 8월 14일

"[사람들]개교 10년째 맞는 양업고 윤병훈 신부 인터뷰 "
 


방치된 공교육 부적응 학생 자발성 키워줘, 내년 개교 10돌 맞아 '비인가 대안중학교' 설립 추진



 
 


  "문제 부모나 문제 교사는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 지난 10년은 간섭과 통제 속에 크던 아이들이 자발성을 갖도록 키워줌으로써 스스로 자기통제를 할 수 있도록 함께한 여정이었다."

 한국천주교회 유일의 교육부 인가 대안학교인 청주 양업고가 개교 10년째를 맞았다. 청주교구가 1997년 교구 설정 40돌(1998년) 기념사업으로 대안학교 설립을 확정, 이듬해 3월 개교한 양업고는 '가톨릭 대안학교'로서 위상을 다지며 공교육 부적응 학생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교육해왔다. 윤병훈 양업고 교장 신부는 지난 10년간이 쉽지는 않았지만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으로 가능했다고 회고한다.

 1983년 사제수품 이후 98년까지 16년간 충주 교현동본당 보좌, 음성ㆍ교현동ㆍ옥산본당 주임으로 사목한 윤 신부는 애초 조치원고등학교에서 농업을 가르치던 교사였다. 그러나 본당 사목을 하면서 꾸준히 매괴여중ㆍ고에서 '윤리'과목을 가르치며 대안학교 설립의 꿈을 키웠다.

 "농산물 재배보다 어려운 게 가축 사육이고, 그보다 어려운 게 교육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농사꾼의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는 대목이 많은데 생명교육의 농사꾼이 되고 싶어 대안학교를 설립해 10년간 운영해왔습니다."

 지금도 공교육 현장은 지식 교육에 상당히 편향돼 있지만 공교육 부적응 학생들은 당시도 사회에서 방치된 채 무너져가고 있었다. 윤 신부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학교설립 절차를 밟았다. 모금을 위해 후원자들을 찾아다녔고 도교육청을 들락거렸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한번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성이라는 기초가 서면 공부에 대한 열정이나 창의성, 전문성이 생겨납니다. 대학이 기준은 아닙니다만, 대다수 양업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합니다. 심지어는 사관학교에도 들어갑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저나 교사들이나 숱한 땀과 눈물을 흘렸고 새 교육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실이 지금의 양업입니다."

 양업고는 이제 어느 정도 제자리를 잡았지만 윤 신부는 "안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 다짐은 개교 10주년 사업인 '대안중학교' 설립으로 내년에 구체화한다. 그러나 양업중학교는 특성화 정규고교인 양업고와 달리 비인가 중학교로 설립한다. 한층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농업 교사 시절을 합쳐 29년째 교육현장을 지켜온 윤 신부는 그러나 대안학교 설립만이 능사라고 보지는 않는다. 탈북청소년 등 소외계층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제도권 학교들이 대안학교 교육모델을 통해 공교육을 쇄신하고 새로운 교육의 길을 모색하는게 더 절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천주교회에서는 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가 충북 괴산에서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형태 '청소년 공동체'를 일구고 있고, 살레시오회가 영상쪽 비인가 대안학교를, 안동교구 가톨릭상지대가 위탁 비인가 대안학교인 다솜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문제는 제도권 학교들이 대안학교를 백안시하고 학교 현장을 쇄신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이런 교육철학을 담아 2002년에 「뭐 이런 자식들이 다 있어」(생활성서사)라는 표제의 단행본을 내기도 한 윤 신부는 "'문제아 수용소'쯤으로 치부되던 우리 양업이 이처럼 훌륭하게 성장한 것은 수많은 이들의 기도와 후원 덕분이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생명을 가꾸는 농부로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