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328 | 작성일 : 2024년 2월 16일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봄이 다가온다.

그러나 아직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의 끝자락이기도 하다. 2월을 시샘의 달이라 하지 않던가. 1년 열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기어코 찾아오는 것// 이라고 시인 정연복도 이 2을 노래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매년 215일이 되면 풍요의 신인 루페르쿠스(Lupercus)를 숭배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죄를 씻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를 유래로 정화하는, 죄를 씻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페브루스 Februs가 어원이 되었다. 2의 영어 명칭이 페브러리 February가 된 배경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대개 이 2월에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사순절을 시작한다. 사순절(四旬節)이란, 말 그대로 예수 부활을 합당한 자세로 맞이하기 위해 죄를 씻고 내면을 정화하는 은혜로운 구원의 때인 40(四旬)을 의미한다. 사순절의 개시일에는 각 성당에서는 전년도 수난 성지 주일에 신자들에게 나눠준 나뭇가지(聖枝)를 다시 거둬들인다, 그것을 태워 예식에 쓸 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사제는 재를 축복하고 성수를 뿌린 뒤, 신자들의 이마에 십자 형태로 바르거나 머리 위에 얹는 예식을 거행한다. 이때 사제는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말씀이 선포되는 것이다.

 

모두 재로 돌아간다. 내가 사는 집, 내가 입는 옷, 쓰는 그릇, 내 돈, 밭과 들과 숲, 나를 따르는 개와 외양간의 짐승까지, 지금 글씨를 쓰는 나의 이 손, 그걸 읽고 있는 눈, 나의 온몸이 모두 재로 돌아간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 미워하던 사람, 그리고 두려워하던 사람들, 이 세상에서 내게 커 보이던 것, 작아 보이던 것, 하잖아 보이던 것, 모두 재로 돌아간다. 모두, 모두.라고 신학자 로마로 과르디니는 말한다. 과연 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

성경에서 재()는 참회를 상징한다. 구약에서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자 백성들과 임금이 단식을 선포하며 잿더미 위에 앉았다 (요나 3,4 참조). 신약에서 예수님도 죄인들에게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마태 11,21)하는 일에 대해 언급했다. 재는 죄를 지어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나오게 된 슬픔을 상징하기도 한다. 물질이 타고 남은 잔재물인 재! 이는 사람이 지은 죄의 잔재로서, 지은 죄에 대한 보속 행위도 기억하게 한다.

재는 또한 열정을 뜻하기도 한다. 불로 단련 받아 자신을 모두 태워버린 처럼 우리도 하느님과 세상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태워야 한다는 의미다. 모든 것을 태우고 남은 재에는 불순물이 없기 마련이리라. 그러니 머리에 재를 얹는 것은 인간이 처음 빚어졌던 그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히 정화돼야 한다는 의미도 함의한다.

사순절의 개시인 재의 수요일은 이마에 재를 얹으며 인생무상을 깨치고 죄에 대한 보속을 선행해야 부활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재는 무엇을 더럽히는 사물이다. 하지만 진흙보다는 쉽게 털어낼 수 있을 만큼 가볍기도 하다.

2, 범 그리스도교적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긴 겨울이 지났으니 봄도 곧 올 것이다. 온갖 생명들이 부활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전에 머리에 재를 얹고 참회의 정으로 정화해봄이 어떤가? 정녕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