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1,920 | 작성일 : 2020년 3월 6일

닭 좀 치워줘요. 꼭두새벽 꼬끼오 소리 땜에 잠을 못 자요. 당장 없애 주세요.”

동물 사랑엔 둘째가라면 서러울 동물 동아리 대표학생까지 퍼붓듯이 나왔다.

사실 7년 전 양업고등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는 훨씬 시끄러웠다. 밤낮으로 공작 10마리의 꽥~소리, 검둥개 4마리의 멍멍~소리, 닭들의 꼬~끼오 소리, 이에 뒤질세라 기숙사 안팎을 뛰어다니는 학생들의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당시는 잠을 못 자겠다고 교장실까지 쳐들어오지는 않았었다.

정말이지? 알았어! 그럼 너희들이 털을 뽑던지 치킨을 해 먹든지 맘대로 해.”

내친김에 그 길로 닭장에 가서 문을 휘휘 열어놓았다. 족제비가 오든, 매에게 먹히든, 고양이의 밥이 되든지 모르겠다, 하면서도 부디 잘 지내라! 하면서 풀어주었다. 그 후, 아이들은 정말 세 마리나 치킨을 해서 먹었고, 또 무더운 여름 내내 체육관 공사를 했던 인부들이 청계, 황계, 오골계를 붙들어 몸보신하였다. 그렇게 남은 닭이 7마리뿐이었다. 이마저도 어슬렁대던 동네 진돗개에게 4마리나 희생되었다. 최후의 3마리마저 그렇게...... 아예 없어지는 줄 알았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생존한 3마리는 흡사 날아다니는 새가 되어 느티나무 꼭대기에 올라갔고, 주목의 가지에도 둥지를 틀어 밤을 넘겼다. 스스로 살길을 찾는 것 같았다.

11월 말, 네팔 히말라야 이동수업을 하고 돌아온 주일 아침이었다.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삐-, -약 병아리 소리가 들려왔던 거다. ! 놀라운 생명의 신비여, 병아리 떼가 낯익은 어미 닭을 따라가는데 12마리나 되었다. ! 놀라운 자연의 힘이여, 닭장 밖에서 싹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든지 살아남아 자연부화로 새 생명을 낳은 것이다.

 

기실 성경에서 가장 일찍 새벽을 알리는 수탉은 풍요자존심의 상징이다. 그 수탉의 소리는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일으키기에, 악에서 깨어나 죽음에 승리하라는 외침이다.

모두 스승님에게 떨어져 나갈지라도 저는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마태 26,33)하며 맹세하던 으뜸 제자 베드로는 수탉이 울기 전 (즉 어두운 밤중에) 예수라는 사람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배반하였다. 그러자 곧 닭이 울었고 베드로도 울고 말았다.

또 예수는 말씀하셨다. “항상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 일지 모르기 때문이다.”(마르 13,35) 그러기에 유럽의 많은 성당의 종탑 꼭대기에 수탉이 서 있다. ‘늘 깨어서’,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알리는 삶을 살도록 사람들을 재촉하는 데 있다.

 

깨어 있는 교육(敎育)이 무엇일까?’ 닭장 속에 가두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 살길을 찾아 각자가 삶의 주인공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학교(學校)는 학생 각자가 가장 바라고, 가장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유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누구나 마음에 순수한 동기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다. 나쁘고 그릇된 일이 아니라면, 그들의 기를 꺽지 말아야 한다. 시간과 공간 안에서 맘껏 춤추고, 노래하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도록 스타디움(stadium)이 되어주는 것이 學校이다. “한 사람 영혼의 무게와 깊이는 바다보다 우주보다 무겁고 깊다.” 청소년들의 웃음소리, 활기찬 움직임은 바다를 가르고 우주를 뚫고 들려오는 천상의 소리이며 하느님의 음악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고 있다. 학교에 오지 못하고 홈스테이 중이다. 우리 학생들이 보고 싶고 그립다. 하루빨리 코로나의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길 희망한다. ! 모든 것을 새로이 보게 하는 새봄이 왔다. 다시 닭장을 열고 닭들을 풀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