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를 맞으며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1,660 | 작성일 : 2021년 3월 8일

사랑으로 마음을 드높이자!

   

축복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언 땅이 풀리고,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 사이로 새 기운을 담은 봄이 살며시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겨우내 닫혀있던 양업고가 24기 새내기와 2223기 젊은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로 봄의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202131, 오늘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삼일절이자, 양업학교의 주보(主保)이자 수호자이신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양업공업이나 상업과 양잠을 키는 양업이 아니라 182131일 태어나신 최양업 토마스 신부 이름에서 기원합니다.

양업(良業)어질고 선하고 뛰어나고 귀한 아름답고 좋을 양 , 일 그리고 기초와 시작을 하고 그것을 이룬다는 입니다. 그러기에 양업은 어질고 선하고 뛰어나고 귀한 아름답고 좋은 일을 시작하고 이룬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선발된 신학생이자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182131일 충청도 청양 다락골에서 순교성인 부친 최경환 프란치스코와 순교복자 모친 이성례 마리아 사이의 여섯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셨습니다. 16(1936)의 홍안으로 중국 대륙을 종단하여 183767일 마카오 신학교에 도착한 그는 1849415일 상해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그해 12월 말까지 요동 차쿠에서 보좌신부로 있을 때까지 12년간을 중국에서 수학하며 가르쳤고, 조선에 귀국해서도 역시 12년간을 박해시대의 유일한 내국인 사제로서 한강이남 전 지역을 담당 사목하셨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백색 순교자이십니다. 그는 1861년 선종하기까지 12년 동안, 당시 천주교를 박해하던 조정과 관군 등의 눈을 피해 매년 5,000(2,000km)에서 7,000(2,800km)까지 걸으며 신자들을 돌보아 주셨습니다. 그분은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를 순회하며 흩어져 목자 없는 양처럼 헤매는 신자들을 찾아 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과로로 숨진 착한 목자’(Bonus Pastor)이셨습니다. 그분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 24)라는 말씀을 몸소 사랑으로 실천하신 예수님의 참된 제자이셨습니다.

교육의 큰 스승 최양업 신부님은

첫째로 희망의 교육자이셨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시니 결국은 우리를 한없이 좋게 해주실 것이라 믿으셨습니다.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영원히 희망할 수 있는(semper in aeternum sperabo)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둘째로 눈높이 교육자이셨습니다. 깊은 산 속 생활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백성들을 위해 한문 천주교 교리를 쉬운 한글 노래가사(천주가사로 <사향가>, <선종가>, <사심판가>, <공심판가>)로 바꾸어 가르친바, 화전 밭고랑을 일구면서도 진리를 노래하게 하였습니다.

셋째로 사랑의 교육자이셨습니다. 덕행으로 지극히 겸손하셨으며 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이루셨다. 늘 온유한 마음을 지니셨다. 특별히 더 가난하고 소외 된 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리 크셨습니다.

가경자 땀의 백색 순교자 최양업 신부님을 양업 학교의 주보로 모신 것은 그분의 큰 교육 영성을 생활화하여 양업(良業)’을 이루고 행복한 좋은 학교(Quality School)’를 이루기 위함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41명의 24기 양업 신입생과 2223기 양고생들 한 명 한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인지 새삼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들입니다.

정범모라는 교육자는 현재의 많은 청소년들이 허우대는 좋으나 조금만 힘들면 허덕이는 신체적 심약자, 조금만 화가 나면 노발대발하고 조금만 슬퍼도 대성통곡하는 정서적 심약자, 조금만 수학 문제가 어려우면 답부터 뒤지는 지적 심약자, 조금만 욕심이 동하거나 유혹이 있으면 쉬 빨려드는 도덕적 심약자라고 신랄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우리 양업고 학생들은 이런 학생들이 없을 것입니다. 혹시 그런 학생들이 있다면 그것을 벗어 던져야 합니다.

특별히 오늘 양업고에 입학하는 24기 새내기들에게 양업인(良業人)이 되는 세 가지 자격(3S)에 대해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좋은 습관(덕행德行-Sanctitas)3년 동안 양업고에서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각자가 스스로 자유를 가지고 좋은 습관을 익히고 배워야 합니다. 좋은 습관이 덕행이니, 양업고 학생은 양업인(良業人)이 되기 위해 누구나 좋은 습관을 여러 해 동안 배우며 또한 죽기까지 습득하여 자기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24기 모두가 양업학교에 들어올 때부터 마음이 밝고 착하고 순결했으며 부지런한 학생들이라 이미 이 덕행의 좋은 싹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는 좋은 몸(건강健康-Sanitas)을 가꾸십시오. 3년 동안 있을 양업의 힘든 교육과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육신 기질이 튼튼하고 아무 병도 없어야 한다. 몸을 튼튼하게 하여야 맘도 튼튼해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총명(聰明-지혜-Scientia)을 추구하시기 바랍니다. 양업고 학생 각자가 출중한 재주가 있으면 더욱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한 가지를 찾고, 그것을 힘써 부지런히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양업고 생활의 크고 작은 것들 안에서 많을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명오(明悟, 깨달음)가 열리며, 그 깨달음을 잊지 않고 실천하고, 그것에 대한 영원한 기억(記憶)을 갖는 양업인(良業人)이 되길 당부합니다.

    이 세 가지 것은 사실 양업고 24기 신입생들에게 하는 당부가 아니라, 2223기 모두에게 부탁하는 간절한 청입니다. 좋은 학교는 나지작반에 기초합니다. ‘나부터, 지금 이 순간부터, 작은 것 한 가지부터, 반복해서 지속적으로한다는 것이다.

    양업의 교육목표는 자기를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 좋은 선택을 하고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 /인간다운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인성·참되고 올바른 지혜를 배양하는 지성·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게하는 영성의 삼위일체 전인교육으로 의미있는 삶의 성취도를 향상시키는 사람입니다.

좋은습관(덕행), 좋은 몸(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