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노스
새해 벽두이다. 한 해 동안 헛것을 따라다니지 말라고, 김형영 시인은 깨우침을 준다.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 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내가 바람인데/ 한 발짝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평생도 모자란 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나를 떠나 떠돌아다닌다// 내가 나무이고/ 내가 꽃이고/ 내가 향기인데/ 끝내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 그만 헛것이 되어 떠돌아다닌다// 나 없는 내가 되어 떠돌아다닌다.”
새해에는 누구나 새롭게 살기를 희망한다. 성경에는 ‘새롭다’는 뜻으로 ‘카이노스 kainos’라는 말을 쓴다. “익숙하지 않은, 색다른, 예기치 않은 옛것을 능가하는, 놀라운 것”이란 뜻이 있다. 과연 매년의 벽두에는 새것, 변조되지 않은 것, 손대지 않은 것의 숨결이 있다. 새것에는 반짝임이 있다. 새 차를 타고 달릴 때의 짜릿함, 새로 산 오디오에서 나는 소리, 새 옷의 감촉...... 그런데 이러한 새것에 대한 느낌의 기저에는 새사람으로 행동한다면 남들이 나를 새롭게 대해 줄 것이란 바람까지 숨어 있다. 용기를 내어 새로운 말, 새로운 몸짓, 새로운 대응으로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모색한다.
벽두의 공통 화두가 있다면 ‘새로운 시작’일 것이다. 그런데 새롭게 시작하기를 원한다면 각자의 삶을 스스로 떠맡아야 한다. 운명이 삶을 결정했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스스로 삶을 책임져야 한다. 사실 매 순간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내 삶이 엉겅퀴와 돌투성이에, 잡초 덤불 무성한 혼돈과 음울의 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선 먼저 새해에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자. 인간관계, 일, 혹은 사는 방식 중 분명하게 하나를 선택하자. 그다음에는 새로이 선택한 것이 자랄 수 있도록 내 안에 잘못 자란 것을 솎아내자. 이처럼 새로운 실천을 계획하고자 할 때 ‘나지작반’이라는 원칙을 추천하고 싶다. 즉,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 그리고 반복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다. 이 원칙의 반대는 ‘너부터, 나중에, 큰 것부터, 그리고 한 번에’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것이 “누적 생명 포인트” 라는 원칙이다.
새해 많이 웃어라: 좋은 인상 포인트가 누적된다.
새해 많이 걸으라: 건강 포인트가 누적된다.
새해 좋은 생각을 많이 하라; 머리가 맑아지는 포인트가 누적된다.
새해 많이 칭찬하라; 관계 포인트가 누적된다.
새해 책을 많이 읽어라; 교양과 품위 포인트가 누적된다.
새해 약속을 꼭 지켜라: 신용 포인트가 누적된다.
새해 밝은 생각을 하라: 적극과 긍정 포인트가 누적된다.
이 생명 포인트의 적립 혜택은 행복하고 기쁜 삶을 누적시킨다. 생명 포인트는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생명 포인트의 특징은 처음 몇 번으로는 별 효과가 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그리고 자주 이용해야 그 점수가 누적되어 특별 선물을 받게 된다.
이 새해 벽두에 위 두 가지 원칙을 ‘카이노스’로 얻는 삶의 여행권으로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물론, 새해 ‘카이노스’와 함께하는 이 여행권은 공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