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3,732 | 작성일 : 2018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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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 앞에서 우리는 지금 슬픔과 비탄에 젖어 침묵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왜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왜 세상에 불평등과 불의가 있는지? 왜 인간은 핍박과 조롱, 배반과 배신, 죄와 죽음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무죄한 이들이 왜 희생되어야 하는지?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 앞에 우리는 깊은 침묵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십자가는 패배요, 절망의 상징입니다. 십자가는 죄인을 매달아 죽이는 형틀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뮈세는 ‘5월의 밤이라는 시() 속에는 어미새 펠리칸이 등장합니다. 어미새 펠리칸은 갓 낳은 굶주린 새끼들을 해변에 놓아두고 먹이를 구하러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오랜 여행에도 어미새는 단 한 줌의 먹이도 구하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맙니다. 여행에 지친 어미새 펠리칸이 저녁 안개 속에서 갈대숲으로 돌아올 때 굶주린 새끼떼들은 어미새에게 몰려갑니다. 그러자 어미새는 목을 흔들면서 늘어진 날개 속으로 새끼들을 포옹합니다. 다음 순간 어미새는 해변에 누운 채 자신의 심장을 새끼들의 먹이로 내놓습니다. 어미새의 심장과 내장이 새끼들의 입으로 사라지기도 전에 어미새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자신의 심장과 생명을 내주면서까지 또 하나의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주님으로 자애로운 펠리칸이 되어, 십자가에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해 주시고, 당신 옆구리에서 쏟는 피와 물로 온 세상 모든 이를 구해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15,13)고 말씀하신 대로 우리를 친구로 삼으시고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차마 피할 수가 없으셨습니다. 우리를 위한 사랑이 넘쳤고 의인을 위한 죽음이 아니라 죄인을 위한 죽음이었기에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23,34).하고 당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시며 악의 고리를 끊어야만 하였기에 그것을 기꺼이 감당하였습니다. 당신에게 다가오는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그것이 옳은 길이기에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믿는 이들에게는 그 십자가가 희망과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써 십자가의 의미를 새롭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결국 십자가는 우리를 위한 사랑의 증표입니다. 따라서 믿는 이들은 십자가를 삶의 교과서로 삼아야 합니다. 아씨시의 성프란치스꼬 성인은 십자가에 못 박혀 달리신 예수님이 살아있는 책라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내가 취할 길을 발견하고 가야 할 길에 용기를 얻어야 합니다. 우리학교의 주보이신 최 양업 신부님은 나의 빈약하고 연약함을 생각하면 두렵습니다만 주님께 바라는 굳센 믿음으로 실망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저 십자가의 능력이 내게 힘을 주어, 내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외에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고 기도하셨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오 하느님, 죽어서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어떤 고통도 달게 받겠습니다. 죽음도 서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하고 고백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도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콜로1,24).하고 콜로사이 공동체에게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힘을 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바로 우리를 위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의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셨고 또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고난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서 그분처럼 사랑을 증거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일상에서 오는 십자가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스런 자녀들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십자가는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이며, 천당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도 합니다”(성 요한 비안네). “여러분이 십자가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십자가는 여러분은 사랑할 것이며, 천상의 하느님께로 여러분을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성녀 쥴리 빌리아르).

오늘 십자가 경배를 통하여 사랑의 십자가, 구원의 십자가를 삶의 교과서로 삼을 수 있는 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제 우리는 십자가 경배 예절을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에 감사하며 억울하게 고통 받고 아무런 죄도 없이 죽어간 모든 이를 위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배합시다. 전쟁과 테러로 인한 무고한 희생자들, 세월호의 무죄한 학생들, 죄 없고 아무런 힘도 없이 낙태되는 생명들, 조롱과 핍박, 배신과 상처 속에서 용서와 화해하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십자가 앞에 깊이 머리를 숙여 경배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사랑으로 그들 모두를 구원할 것입니다.

 

성실하다 십자나무 가장귀한 나무로다/ 아무 숲도 이런나무 이런꽃을 못내리라.

귀한나무 귀한 못들 귀한 짐이 달렸도다.

쓸개 받아 목축이고 가시못과 창에 찔려/여린 몸에 피가 흘러 시냇물을 이루더니 땅과바다 우주창공 깨끗하게 씻었도다.

주님은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