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이 아이들
네팔 해외이동 수업 가는 날 아침, 내 짐을 들어주기 위해 온, 큰 덩치의 1학년 남학생이 빡빡이가 되어 나타났다. 좀 화가 올라왔지만, ‘이 녀석이 뭔가 새로운 마음을 먹고 잘 살아 보려고 하나’ 내심으로 생각하고, 해외 이동 수업을 출발하기 전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 중앙홀로 갔다. 아뿔싸, 여기도 빡빡, 저기도 빡빡, 무슨 혐오감인가? 기가 막힌 일이었다.
“뭐냐?”
“머리 밀은 학생 다 앞으로 나와”
1학년 20명의 남학생 중 6명이 앞으로 나왔다. 꼭 갱생 교도소에 입소하는 사람 모습이었다. 두발 자유 학교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빨주노초파남보 염색을 하고 다니지만, 이것은 아닌 것 같아서 일장훈계(一場訓戒)에 들어갔다.
“해외이동절차 중 공항 출입국 심사를 하는데 무엇보다 큰 문제다. 몇 해 전 너희 선배 중 하나가 여권사진의 얼굴과 실물이 너무 달라서, 러시아 공항에서 양업학교 전체학생이 한 시간 넘게 잡혀 있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네팔 입국 심사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왜 이렇게 어리석음 단체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해외이동수업을 망쳐놓으려고 작심을 한 거냐?... 만나는 사람들이 양업고 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학교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는가? ”
이 녀석들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는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고, 네팔 공항에 내려 입국 심사를 받을 때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힌두교와 불교 국가라 그런지, 집 떠나 수행하러 온 출가자라 생각했는지, 입국비자를 잘 받고 나온 여섯 빡빡이 내 앞으로 왔다.
“교장신부님, 저희들이 생각이 짧았습니다.
네팔해외이동수업에 회개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내가 천주교 신부인지라, 네팔에 오면 매일 미사를 봉헌한다. 학생들은 주일미사 의무 말고는 자유롭게 참석한다. 히말라야 설산을 바라보며 해가 떠오를 때 드리는 미사는 ‘세상 위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거룩한 시간’이다. 그런데 여섯 명의 빡빡이 가운데는 아직 믿지 않는 학생도 있지만, 양업학교 오기 전 본인이 다니는 성당에서 복사를 했던 아이들이 있었다. 두 아이가 히말리야 트레킹 중 매일 아침 미사의 복사를 했다. 머리를 깍은 빡빡이 두 학생이 보속으로 매일 미사를 준비하고 복사를 선 것이다. 신부님 옆에 선 두 빡빡이, 두 손 합장한 모습이 웃겨보였던지 미사 보는 학생들이 킥킥되기도 하였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받치는 내 몸이다.”
“땡~ ~”
내 영혼을 울려 깨우는 종소리였다. 내 생에 들어 본 종소리 중에 이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는 없었다. 어디서 이런 종이 생겼을까? 미사 후 알아보니, ‘K 빡빡이 복사’가 미사 때 쓰는 종이 없어서, 트레킹 중에 히말라야 마을 시장에서 용돈을 아껴서 고르고 골라 구입한 종이라는 것이다. 양손 엄지 검지로 종 꼭지를 잡고 손바닥 마주치듯 부딪치면 나는 종이라 여느 것과는 다른 종이었다. 이 종을 빡빡이 복사에게 선물로 받아 지금도 나는 그것을 간직하고 있다. 가끔 그 종소리를 내보며, 그 때의 ‘여섯 빡빡이’ 일을 회상한다. 맑고 깨끗한 종소리처럼 늘 삶의 경각심을 갖고, 청아하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양업인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