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테라피
“교장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양업고등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 감사합니다. 한때 옳지 않은 행동을 너무 많이 보여서, 마음이 슬프고 죄송합니다. ···그래도 늘 가르쳐주시고 저를 사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생활 내내 말썽 피우고 철없이 놀았던 아이가 보내온 감사 편지의 내용이다. 여름방학 맞이 대청소를 하다가 문득 주워 다시 읽으니, 마음에 뿌듯함이 느껴진다. 코로나 19와 여름 불볕더위에 지쳐있던 일상의 청량제라고나 할까.
미국의 마이클 메컬로(Michael McCullough)와 로버트 에먼스(Robert Emmons)라는 두 박사는 ‘감사’에 관한 연구로 유명하다. 수백 명을 세 개의 집단으로 분리하였다. 첫째 그룹은 좋든 나쁘든 매일 겪는 일을 사실대로 기록하게 하였다. 둘째 그룹은 기분 나쁘고 부정적인 체험을 기록하게 하였다. 셋째 그룹은 그날 중에서 감사하게 여기는 것을 기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연구 결과 세 번째의 “감사 그룹”은 신체적·심리적·영적인 면에서 현저하게 향상되었다. 신체적으로 그들은 더 많은 운동을 하였고, 병리 증상들을 덜 겪었으며 수면의 질도 향상되었다. 심리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주의력, 열광, 확고함과 에너지를 기록하였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덜 겪었고 삶의 부정적인 면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더 높은 차원의 낙관주의와 생명에 대한 만족으로 개선하였다. 영적으로 그들은 타인을 돕는 것을 더 좋아하였으며 다른 이들을 덜 부러워하였다. 덜 물질적이며 더 관대했고, 종교의식에 참여하고 종교적 활동에 봉사하는 것을 더 좋아하였다.
현대 의학에서도 ‘감사’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면역계를 강화하여 치유를 촉진한다고 한다. 또한 ‘감사’라는 정서는 몸에도 좋은 반응을 일으켜 혈압을 떨어뜨리고, 소화 작용을 촉진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감사’는 ‘최고의 항암제요, 해독제요, 방부제이다.’ 라고 까지 말한다.
감사는 그리스도교 삶에도 필수이다. 사실 감사드리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심지어 신약 성경은 감사드리지 않는 사람은 구원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스어로 ‘아카리스토이’(acharistoi)는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2티모 3,2)이고, 그는 쫓겨나게 된다. 반면에 ‘에우카리스토이’(eucharistoi)는 감사를 드리는 사람이며, 그는 구원을 받는다(콜로 3,15). 더욱이 천주교 미사의 감사기도는 이렇게 되어 있다. “거룩하신 아버지......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감사를 드리는 것이 우리의 구원이라는 말은 실로 놀라운 말이다!
양업학교는 매일 밤 ‘글맘 나누기’를 한다. 하루를 돌아보면서 매일 감사한 일들을 세 가지 이상 적게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모든 삶에 적용되는 “대안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감사는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진정한 자기표현이며, 이보다 효과적으로 ‘에고’를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영성작가 로널드 롤하이저(Ronald Rollheiser)는 “성인聖人이 된다는 것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을 얻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해방신학자 구티에레즈에 따르면 오직 한 종류의 인간, 고마워 할 줄 아는 인간만이 세상을 영적으로 변화시킨다. 탈무드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이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감사할 줄 아이들은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한다. 반면 인사할 줄 모르고 부정적인 아이들은 ‘감사’라는 말이 일절 없다. 건강한 삶을 지탱하기에도 늘 힘겨워한다. 이런 면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 중 하나는 “감사 테라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