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더위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주룩 주룩 흐른다. 이런 여름이면 매번 서울 가톨릭 대학에서 교생실습을 양업학교로 보낸다. 매 번 둘씩 짝지어 보냈는데, 요번에는 한 번 들으면 잊지 않을 이름을 가진 강나루 미카엘 신학생 한 명이 교생으로 왔다. 교생실습을 마치고 가면서 소감문 한 장을 나에게 전해 주었다.
“양업 고등학교에서 한 달간 교생 실습을 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참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성과 영성과 생활이 함께하는 교육에 대한 이상향(理想鄕)이 아닐까 싶다. 교생실습을 와서, 기숙생활을 하는 학교의 특성상 학생과 24시간 같이 하는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정(情)도 많이 들고, 아이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도 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성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정규 교과(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를 중심으로 하는 진학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가톨릭 정신에 맞춰서, 전인적인 교육에 힘을 쓸려고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입시라는 현실 앞에서, ‘특성화 고등학교’의 입지가 그리 여유롭지는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양질의 상급학교로 진학하고 또는 사회로 진출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교육 당국자들이 노력해야 하고, 소규모 학교가 가지는 재정(財政)적 어려움을 해결할 방안도 모색하면서,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장학 혜택을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학생들이 이러한 특성화 교육을 원한다면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충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학업 부담에서 벗어가게끔 하는, 전(全)사회적인 노력이 있을 때, 학업과 생활, 그리고 영성을 골고루 교육시키는 학교가 설자리가 보다 넓어지는 듯싶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통해서, 그리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자치회 활동을 통해서 협동하면서 일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규제보다도 자율이 강조된 분위기 하에서 질서를 유지하면서, 일을 하는 모습이, 효율적이라기보다 구성원 모두를 챙기려는 민주적이고 평등적인 절차를 강조하면서 학교의 다양한 특성화 교과 프로그램이 신앙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교생 실습 3주차 때 ‘연구 강의’와 ‘종교 집중’ 프로그램을 잘 마무리하고, ‘예비 교원 영성 프로그램’을 들어갔는데, 오랜 만에 보는 동기들이 내가 얼굴이 더 맑아졌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얻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내게서 좋은 기운으로 서리게 된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학생들도 다양한 체험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서 스스로 무언가 일을 기획하고 해 나가는 훈련을 이곳에서 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안에서 자신감도 얻고 행복하게 지내는 듯 했다. 물론, 24시간 같이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그 간의 갈등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들어가기도 하지만, 가톨릭 영성교육과 함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헌신적인 선생님들께서, 그 생활의 어려움을 잘 조율해주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업에 찌들지 않고도, 스스로 자유로운 공부를 하는 풍토가 있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피아노를 치고 싶으면 피아노를 치고, 자신이 책을 읽고 싶으면 책일 읽고, 자신이 교과 공부에 집중하고 싶으면 교과 공부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교정 속에서 뛰놀면서 아이들과 함께 그들처럼 지내며 즐거울 수 있지만, 그리고 그 즐거움과 다양한 경험들이 특성화 고등학교의 필요성을 말하는 듯했다. 여기서 하는 공부는 학업에 치중된 공부라기보다는 함께 하는 법을 배우는 공부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자산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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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가운데 어느덧 교생 실습을 마무리 하는 시점이 왔다. 너무 고맙고 너무 아쉽다. 이렇게 좋은 체험을 하게 해준 하느님과 특히 학생들에게 고맙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을 나누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에 아쉽다. 사랑을 나누고 싶었지만, 얼마나 사랑을 나눴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분명 사랑을 받으면서 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한 달간의 교생실습을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는 간다는 것, 아이들은 방학을 맞아서 집으로 간다는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열심히 살았기에 그 안에서 모두 기쁘고 즐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을 나눈 것 같다. 교육의 장(場)인 학교에서 전인적인 교육을 하면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연구 수업은 ‘진로와 직업’에 대해서 ‘관계’의 철학을 중심으로 내 체험을 덧붙여 강의해줬는데 열심히 들어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웠고, 그렇게, 수업 안에서 그리고 생활 안에서 주님과 함께 하나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방학을 맞아, 학교를 떠나 다들 집으로 가지만, 좋은 기억은 우리를 떠나지 않고, 좋은 자신이 되어, 오래 가지고 갈 것이다.”
강나루 학사님, 예수님 닮은 착한 목자의 길 가시기를 기도합니다. 방학 때 ‘미루나무’ 홈 친구들 서울에서 만나 맛있는 것 사준다고 하시는데... 우리 아이들과 좋은 시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