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폭염과 폭우가 심한 한 해이다. 그러나 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고 하늘 별들이 유난히도 밝게 땅을 비추고 있다. 하늘 하면 늘 떠오르는 시가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윤동주의 序詩)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하늘 아래 있다. 하늘을 닮고 하늘에 오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하였다. 이를 수학선생님이 말한다면 ‘네 분수를 알라’이다. 국어선생님께서 말하면 ‘네 주제를 알라’이고, 지리 선생님은 ‘네 자리를 알라’이다. 그리고 미술 선생님이 말하면 ‘네 생김새를 알라’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이신 ‘하느님 앞에 있는 나’를 늘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하느님께서 주신 공간과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여 사는 우리가 될 때 나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 갈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아름다운 성당에서 장례식을 올렸던 애플 사(社)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IT계의 혁신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한 대학의 졸업식 연설에서 ‘내 인생 최고의 결정’에 대해 말했다.
“내가 행한 인생 최고의 결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든 것일까요? 아니면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린 아이폰을 만든 것일까요? 모두 아니었습니다. 내가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인 캘리그라피(Calligraphy)를 배운 것이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스티브 잡는 캘리그라파로 인해 훗날 매킨토시 활자체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처음 캘리그라피를 배울 때 그것이 인생에서 무슨 도움이 될까하고 생각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그의 인생 최고의 결정이 될 수 있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우리 삶의 과정에서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는 것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매순간이 모두 소중하고 최고의 결정으로 이끄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내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소홀히 해도 된다는 잘못된 판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해야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 하느님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내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놓여 있다. 그 순간들이 쌓여 우리의 길이 만들어 진다. 양업인들이여!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영원한 삶의 길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