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올봄, 개학 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기다리며 씨 뿌려놓은 해바라기가 만개하였다. 양업고 길가에 핀 “불타는 사랑으로 해를 닮은 꽃!” 영어로는 ‘선플라워 (sunflower)’라고 하여 ‘태양의 꽃’이고, 이탈리아어로는 ‘지라솔레(girasole)’라 하여 ‘태양을 향해 돌고 있다’는 꽃이다. 해바라기는 자기 이름대로 피어있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면 동쪽으로 피어 태양에게 인사하고, 태양이 중천(中天)이면 곧바로 위를 쳐다본다. 저녁노을일 때는 석별의 아쉬움으로 서천을 지켜본다. 마침내 밤이 되면 슬프게 머리를 숙이고 다음 아침을 기다린다. 태양의 빛살을 하나라도 헛되이 놓치지 않기 위하여, 하룻길, 매일매일을 계속해서 해를 우러러본다. 뿌리는 땅에 묶여있지만, 태양 쪽으로 충실히 방향을 바꾼다. 애정을 드러낸다.
해바라기는 태양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황색의 꽃잎은 태양의 광채를 연상케 하고, 큰 원형 판도 태양을 닮았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코로나의 왕관을 닮기도 하였다.) 늘 태양을 향했기에 어느덧 자신도 태양을 닮은 외모로 변한 듯하다. 물론 이런 현상의 인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리어 전문가들의 웃음을 살지도 모른다.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두 가지 사실만은 온종일 해를 향하고 있다는 점과 또 그렇게 해를 닮았다고 하는 점이다. 어쨌든, 나는 자기 모든 능력을 한곳에 모아서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제 속에 드러내고 있는 이 꽃이 좋다.
사람들은 누구나 동경하는 세계가 있고, 깊은 심지를 가지고 바라다본다면, 항구하게 추구한다면 사람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시선! 응시하는 시선이 언젠가는 사람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금전에 시선을 쏟는 자는 탐욕에 빠지며, 더러운 것에 시선을 주는 자는 더러워지고 말지만, 모든 것을 제쳐놓고 순수한 것만 계속 우러러보는 자는 자신마저 순화될 수 있는 거다. 나는 이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진리라는 태양에 부단히 시선을 두는 연습!
코로나 바이러스19만 너무 뚫어지게 보다 보니 모두 불안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으로 변해가는 요즘, 우리가 진정 바라봐야 하고 희망을 할 것이 무엇인가? 시절이 아무리 각박해도 나는 해바라기처럼 보고 싶은 것이다. 생명을 원천을 향해 서 있고 싶은 것이다. //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하나입니다./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목메어/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은/사랑. ...., 이미 하나인 우리가/더욱 하나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어둠에 숨지지 않고/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위의 시(詩) 이해인 수녀님이 쓴 “해바라기 연가”로 작사한 ‘해바라기 노래’도 있다. 그 가사를 읊어 본다.
1. 불타는 사랑으로 해를 닮은 꽃/언제나 해를 향해 깨어 사는 맘/노랗게 빛나네 사랑의 꽃잎/ 해바라기 꽃처럼 살고 싶어라/해바라기 마음으로 살고 싶어라.
2. 불타는 소망으로 해를 닮은 꽃/ 언제나 해를 향해 깨어 사는 맘/까맣게 익었네 소망의 꽃씨/해바라기 꽃처럼 살고 싶어라/해바라기 마음으로 살고 싶어라.
3. 불타는 믿음으로 해를 닮은 꽃/ 언제나 해를 향해 깨어 사는 맘/땅 깊이 묻었네 믿음의 뿌리/ 해바라기 꽃처럼 살고 싶어라/ 해바라기 마음으로 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