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일
오늘날 우리네 학교의 모습들은 어떠한가? 학교를 의미하는 ‘스쿨(school)’은 ‘여유’, ‘한가로움’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스콜레(schole)’에서 왔다. 그러나 작금, 학교는 ‘여유롭게 사색하는 공간’은 커녕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의 장이 되었다.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성을 앗아가는 곳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올 2020년 전반기 교육은 블랙홀에 빠졌다.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비대면 교육은 ‘사람 냄새 속의 만남’을 그리워하게 하였다. 또한 사제간의 교감과 정, 돈독한 신뢰 속에 키워가는 꿈과 도전, 열정으로 함께하는 학교라는 보금자리까지 위협했다.
아이들은 언제나 입을 모은다. 행복을 느낄 때는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할 수 있을 때’ 이고, 불행할 때는 ‘학교성적 부담이 클 때’라고. 인지상정이다. 마음이 그리 흐르는 것을 어찌하랴! 그러기에 일찍이 철학자 플라톤도 “소년들을 엄격과 강압으로 공부시키지 말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끌라. 이내 그들은 ‘마음의 의욕’이란 것을 발견할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마음의 의욕’이란 ‘스스로 발휘하는 면학의 기쁨이나 연구심, 탐구심’ 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진정 “교육은 ‘마음의 일’(돈 보스꼬)”이라고 한 성인의 말뜻일 것이다.
마음은 참 신비하다. 마음이 좋을 때는 한없이 넓어져 온 우주를 담고도 남는다. 그러나 언짢을 때는 바늘조차 들어갈 여지가 없다. 마음이 좋을 때는 사랑이 한도 끝도 없이 흘러나오지만, 마음이 어두워지면 미움, 시기, 질투, 험담, 비방, 위선, 불의, 거짓, 기만, 사기만 끝없이 출몰한다. 그러기에 교육이란 마음을 넓히고 그 마음이라는 일터 위에서 더더욱 이루어져야만 한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한 교육자가 지녀야 할 태도를 십계명으로 제시해 본다.
1. 아이들 옆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먼저 말을 건넬 줄 압니다.
2.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고, 그에 대해 하느님께 말씀드릴 시간을 갖습니다. 3,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교육자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게 합니다.
4. 미리 기다렸다가 맞이하고, 만나는 모든 순간을 교육적 순간이 되게 합니다.
5. 아이들과 머무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친절한 사랑으로 마음을 먼저 얻어냅니다.
6. 아이들 안에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돌볼 줄 알며, 인격적으로 존중합니다.
7. 많은 사람 앞에서 모욕을 주거나 비난하지 않았는지, 교육자로서 성찰합니다.
8. 돕는 자, 동반자로서 희생을 감수하고, 화가 났을 때 벌을 주지 않고,
인내롭게 이성에 호소하며, 설득합니다.
9. 가난한 아이들을 특별히 사랑하고, 더 기회를 줍니다.
10. 자연이라는 책을 읽을 줄 알게 하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창의적 질문, 영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참고: 한국 살레시오 수도회 김은경 수녀)
현대가 아무리 세계화 시대, 제4차 산업혁명시대, 그리고 에듀테크(Edu-tech)시대라 하지만,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마음의 일’인 것 같다. 왜냐하면 ‘한 사람 영혼의 무게와 깊이는 바다보다 우주보다 무겁고 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한 명 한 명의 아이들 영혼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익히 알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바다를 가르고 우주를 뚫고 들려오는 천상의 소리이자 천상의 음악이다. 그들 중 누구 하나라도 교육자의 사랑의 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름을 부르면 한 그루 나무로 걸어오고 / 사랑해 주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 나의 학생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 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꿈을 꾸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어느 교사의 기도 - 이해인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