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의 바람
양업고등학교 교장 신부 장홍훈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는 말에 꼬박 밤을 새우려다 잠이 든 일, 아침 일찍 부럼을 깨물어 먹으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말에 땅콩이나 호두, 단단한 알사탕을 깨물어 먹었던 ‘부럼깨기’, 친구나 이웃의 이름을 부르고 응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했던 ‘더위팔기’, 그 무엇보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 형과 동생들이 철삿줄을 엮어 만든 깡통에 불을 살라 빙빙 돌리며, 둥근 달님께 불꽃을 선사했던 추억의 ‘쥐불놀이’ 등이 떠오른다. 어린 그 시절 함께 했던 고향 친구, 형님과 동생들은 정월 대보름날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계실지? 오늘 밤 저 큰 둥근 달을 바라보며, ‘코로나19’가 빨리 물러가고 만사형통과 무사태평의 세상이 오기를 모두가 두 손 모아 빌고 있지 않을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방법을 행복을 증진 시키는 다른 방향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1950년대 전후 미국에선 급성 심장병 환자가 급증해 희생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그 당시 펜실베니아의 로제토란 마을의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급성 심장병 환자로 인한 사망자가 19년간 거의 없었다. 이에 한 대학병원의 의료 연구 대표팀이 6개월간 그 마을에 거주하면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로제토 마을은 작은 가게 하나 없는 가난한 이민자 마을이었고, 그곳에는 니스코란 젊은 신부가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주택을 밀집하게 짓게 하고 주민들끼리 서로 돕고 교제하며 살도록 권유했다. 이웃을 배려하며 친밀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심장병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스트레스다. 심장병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는 대부분의 모든 신체적 질병과 부적응 행동 선택에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 김인자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에게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행동 양식들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랑과 소속의 욕구, 힘과 성취의 욕구, 자유의 욕구, 재미와 즐거움의 욕구, 이들 욕구 중 하나라도 충족되면 나와 이웃의 행복 에너지가 증진된다고 한다. 이 증진된 행복 에너지는 개인의 신체적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정신적 ·심리적 대응 방안이라 말한다.
김인자 소장은 토마스 고든의 ’의사소통기법‘, 윌리엄 글라서의 ’현실치료와 선택이론‘, 마틴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 등에서 제시한 이론들을 근거로 한 코로나 극복 ’행복 에너지 증진 10가지 활동’을 제시한다. “1. 아침에 거울보고 밝게 3번 웃기 / 2. 건강관리 점검하기 / 3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꾸어 생각하기 /4. 만나게 된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기 / 5. 선행하기, 용서하기, 봉사하기/ 6. 하루에 15분 이상 의미 있는 일에 몰입 경험하기/ 7. 자연, 새소리, 꽃향기 감상하고 나누기/ 8. 실패는 없다, 또 한 번의 학습의 기회일 뿐이다/ 9. 잠들기 전 그날의 좋았던 일 떠올리기/ 10. 감사하기, 서로 사랑하기, 기도하기”이다.
정월대보름 ‘귀밝이술’을 한 잔이 생각난다. ‘귀밝이술’은 귀가 밝아지고 귓병을 막아주며 1년간 좋은 소식만을 듣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주기 위한 술이다. 술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주기도 한다. 정월대보름 아침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모두에게 ‘귀밝이술’ 한 잔씩 따라 드리고, 코로나 극복 ‘행복 에너지 증진 10가지 활동’을 권하며, 정월대보름 큰 둥근 달을 바라보며 저의 바람을 청해 본다. 달님이시여! 코로나 19가 빨리 물러가게 하시고 우리 모두의 행복한 일상을 회복시켜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