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1915M)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4,087 | 작성일 : 2013년 5월 26일

지리산 천왕봉(1915M)

    맑고 푸르른 오월 대한민국의 대부분 고등학교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수능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양업고 전학생들은 매년 오월 셋째 주는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다. 산악 등반 중 한 조의 선생님에게서 비상연락이 왔다. 첫 날 등반을 하는 도중에 부상자가 생겼고 더 이상 올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내려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아! 선생님, 힘들고 어렵더라도 함께 끝까지 올라가도록 해 보세요.  나누어 업고 가더라도 어려움을 견디고 서로 함께하면서 정상까지 오르도록 해보세요. 그래야 아이들이 고난을 이겨내고 함께하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자꾸 내려 보내면 그들이 나중에 돌아와서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죽든지 살든지 끝까지 함께 정상에 오르도록 하세요.”하고 엄포를 놓았다. 
  “아! 정말 힘들어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보다도 더. 네팔은 오랜 시간을 두고 오르지만 지리산 천왕봉은 2박 3일 짧은 시간에 오르잖아요. 양업학교 특성화 교과 중에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산을 오르면서 우리 인생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집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 지고 숨이 차오르지만 여기서 그만 둘 수 없었어요. 더 열심히 산을 올랐어요. 나 혼자가 아니라 앞에서 뒤에서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갈 수 있었던 같아요. 지리산 천왕봉을 올라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니 무엇인가 마음에 뿌듯함이 생겨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오르다보니 이렇게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렇다. 전교생 전체가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누구보다 귀한 우리 아이들에게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이다. 하지만 그 걱정은 잠시뿐이다. 우리 아이들 모두는 정상에 올랐다. 매년 행해지는 지리산 천왕봉 산악등반을 통해 아이들은 더욱더 ‘함께하는 공동체의 삶’이 무엇인지 깨우친다. 함께 산을 오르는 동안 깊은 친교와 우정을 쌓는다. 서로에게 가급적으로 짐이 되어 주지 않고 오히려 힘든 친구들을 배려하는 그 정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정상을 오른 성취감은 그 동안의 어려움과 고통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다. 그들이 학교로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더 생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생활을 하는지 모른다.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젊고 푸른 시기에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체험은 양업고 학생들에게는 누가 가져가 줄 수 없는 기쁨과 자유를 체험하는 시간이다. 산을 오르며 각자가 느낀 체험은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가치들이다. 우리 양업고 아이들은 항상 어떤 일을 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틀에 박혀 있지 않아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나는 믿는다. 양업고 아이들은 이제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산을 만나더라도 그것을 넘어 설 힘이 있음을.. 그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음을..그리고 세상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진정한 양업인(良業人)이 될 것이라는 것을 ...     
“ 어린 시절 산에서 자랐기에 산은 친구이자 놀이터.
  지금까지 산에 기대에 살아왔기에 나는 산의 일부분.
  산을 떠난 삶을 꿈에도 상상 못할 산은 나의 전부.
  산을 오르는 것이 신이 나에게 허락한 운명이라고 생각.
  산을 오를수록 겁나지만, 죽는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산.
  등산가는 죽음이 두려워 산을 떠난다면,
  존재 이유 없기 때문이다.”     
                            -엄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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