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뽑아 주세요.'
“양업고에 꼭 들어오고 싶어서 준비한 말이 있거나,
마지막으로 교장 선생님께 이 말은 꼭 해야 하겠다는 말이 있니?”
“잡초를 뽑아 주세요.”
“그 말이 무슨 뜻이니? 잡초는 뽑아서 버리는 것 아니니”
“뽑아 달라는 뜻인데요.”
“그래 뽑아서 버리라고?!!!”
양업 심층면접에 왔던 다수의 아이들의 응답은 “잡초를 뽑아 주세요.”였다. 그런데 그 뜻이 무엇이냐고 묻자 제대로 대답하는 학생이 하나도 없었다. “잡초란?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쓸모없는 것이지. 그런 것이라도 누군가가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주면 ‘잡초’가 아니지. 아마 양업고가 나를 선택하여 뽑아주면 나는 더 이상 잡초가 아니라 내 이름을 가진 양업고 학생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해달라는 뜻 아닐까?” 하고 거꾸로 면접 온 학생들에게 되물어 보았다. 우리 미래의 희망인 젊은이 한 명 한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움을 지닌 생명인데 그들을 어찌 잡초로 여길 수 있겠는가?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 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으면 님 찾아 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 님 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한 때 풍미했던 어떤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젊은이 스스로가 자기를 ‘잡초’라 생각하며 뽑아 달라하니, 참 마음이 아프다. 왜 우리의 아이들이 이런 ‘잡초’라는 ‘자격지심’을 가져야 하는가 말이다.
“우리 아이는 양업고 밖에는 다른 학교를 바라보지도 않고 재수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죠? 우리 아이를 양업고에 받아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나요?”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우리에게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고 귀하지 않은 아이들이 누가 있겠습니까? 원해서 오는 누구나 다 받아 줄 수 있으면 저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교육부 정원이 딱 40명이라, 이렇게 아이들에 상처를 주네요. 실망하지 마시고 언제 어디서나 양업고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 가기를 바랍니다...”
최종합격자가 발표되고 뽑히지 못한 부모님들이 구구절절한 사연의 편지를 보내오고, 다시 학교를 방문하며, 전화가 걸려 온다. 그 때마다 간절한 열망에 비해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미미하고 애매한 응답을 얼버무리는 내 모습을 본다. ‘양업고에 들어오는 기준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 아이들의 자격기준이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 누구나 오면 받아 주어야 한다.’ 아니면 이런 ‘양업고는 없어지고 다른 일반고가 양업고처럼 되면 안 될까? 교사가 한 명 한명의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고 진정한 삶의 멘토가 되어 주는 학교,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한 명 한명의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학교,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 삶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게 해주는 학교, 긍정적인 마음으로 맘껏 춤추고 노래하고 대화할 수 있는 학교가 우리 대한민국에 많아지면 되지 않겠는가?’ 다시 뇌 되어 본다.
우리 젊은 아이 중에 ’잡초‘는 아무도 없다. 그저 그들의 이름과 마음을 담아 주고, 받아 주는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학교가 없어서 문제이다. 다시 한 번 시원치 않은 위로를 말을 해본다.
“다 받아주지 못해 송구합니다. 너무 섭섭하거나 슬퍼 하지 마세요, 한 번 좋은 체험학습 잘 했다 생각하세요. 그리고 응시했던 모든 분들은 이미 양업 가족입니다. 힘내세요. 어디서든 양업의 정신을 지니고 긍정적이고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우리 각자의 인생에는 ’잡초‘란 없습니다. 하느님 안에서는 누구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느님께서 또 다른 좋은 길을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열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