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4,525 | 작성일 : 2017년 5월 19일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tum.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오월 푸른 양업 교정에서 성모의 밤을 지내는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하느님은 깊은 사랑으로 사람에게 많은 선물들을 주셨습니다. 빛나는 태양, 밤을 부드럽게 비춰주는 달빛, 시원하게 호흡할 수 있는 공기,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즐겁게 해주는 꽃, 맛있는 음식 등입니다. 이러한 모든 훌륭한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물은 하느님이 우리 사람에게 어머니를 주셨다는 것입니다.

아기가 배우는 최초의 말은 엄마라는 말입니다. 어린 아이에게 엄마는 무엇이든지 알고 있으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분이며, 엄마만 있어 준다면 모든 위험에서 자신을 지켜 줄 것이며, 엄마는 모든 불유쾌한 일을 제거해 주는 분입니다. 엄마 없이는 모든 게 두려운 것이지만, 엄마만 있으면 모든 게 안전합니다. 엄마가 있기 때문에 자신은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병이나 위험에 부딪쳐 죽음에 직면하게 될 때면 마지막으로 나오는 소리는 어머니란 말입니다. 이렇게 어머니우리 인생의 시초부터 함께 하시고, 인생의 막이 내려질 때도 함께 계신 분이십니다. 이런 시가 있습니다.

 

나는 왕자,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는 이는 오직 한 분

내 어머니

나의 오직 하나의 슬픔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내가 왕자라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품에서는 우리 각자가 고귀한 왕자요, 소중한 예쁜 공주입니다. 세상에 살아 계시든 안 계시든 우리 마음에서 엄마’, ‘어머니를 잃어버리면 가장 슬픈 일입니다.

부성애(父性愛)와 모성애(母性愛)는 다릅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아들에게 어떤 이상을 따를 것을 원하고 옳은 일을 향해 뛰도록 재촉합니다. 이에 아들이 기대에 응하지 않을 때면 아들을 벌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자의 인연을 끊어 버리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의 전형적인 모습은 요구하는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서 모성애는 무조건의 사랑입니다. 아들이 어떤 상태에 있든지 간에, 아무리 큰일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어머니는 변함없이 그 아들을 사랑합니다. 기대에 차거나, 훌륭해졌을 때에 비로소 아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랑합니다. 아들을 제외시키거나, 자식과의 인연을 끊는 일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부모로부터 떠나 부모를 괴롭히는 자식일지라도 어머니는 그저 언제나 돌아오나 지치도록 기다리고 돌아오자마자 울며 끌어안습니다.

한 여자에 빠진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어느 날 아들에게 어머니의 심장을 가져 오라 하였습니다. 아들은 어머니가 잠든 사이 어머니의 심장을 빼내서, 그 여자에게 달려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심장이 땅 바닥에 나뒹굴어졌습니다. 어머니의 심장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야! 어디 다친 데 없니?”

어머니는 그 자식이 세운 업적 때문에, 또한 훌륭한 성품 때문에 혹은 아들의 능력 때문에 그 아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식이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하고 훌륭한 자식보다 허약하고 걱정만 끼치는 자식을 어머니는 보다 더 사랑합니다.

사람에게는 스스로 이상을 향해 달리게 하기 위해 아버지의 부성애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람이란 역시 약하고 넘어지기 쉬운 존재이므로 어머니의 모성적인 사랑도 절대로 필요합니다. 사람이 실패하거나 나쁜 일을 저질렀을 때 누구의 용서도 얻지 못한다면 얼마나 비참하겠는가? 실패나 죄가 어떠하든 간에 자신을 변함없이 포용해주는 어머니가 있는 사람, 그리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가슴에 파묻혀 우는 것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그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이와 같은 어머니의 참사랑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뉘우침을 갖게 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점에서 어머니의 마음씨는 하느님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을 볼 수 있게 하는 창입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남에게 좋은 일을 해주어라. 그리고 되받을 생각을 말고 꾸어 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며,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은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다. 그러니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5-36).

이와 같이 예수님께서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건 또 어떤 죄인이건 간에 어머니 이상으로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차별을 두지 않은 이러한 사랑이야말로 참으로 모성적인 사랑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려 해도 하느님은 언제나 모든 사람을 부르고 계시며 모든 탕아들을 어머니의 사랑을 지니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사랑이시고 생명이신 하느님께로 돌아오려 하지 않는 탕아를 바라보시는 하느님께서는 그 얼마나 고통스러우시겠는가? 그 고통이 바로 십자가에서 자신의 외아들 예수님을 희생 제물로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어머니와 같은 모성애를 지니니 않고서는 예수님께서 사람을 위해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사랑을 보여주시진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성모님은 그런 십자의 아들을 품어 안으신 어머니 중에 어머니이시라는 점입니다.

어머니는 하느님의 거울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어머니도 사람인 이상 결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자기의 귀여운 아이들을 마치 자기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다른 모든 사람을 다만 자기 자녀들의 경쟁상대로만 보고 차갑게 배제(排除)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어머니상을 바르게 하기 위하여 하느님은 우리에게 성모 마리아를 우리 어머니들의 모범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성모 마리아처럼 아들을 사랑하신 어머니는 아무도 없습니다.

한 생을 아드님과 함께 하신 성모 마리아는 사람의 구원을 위해 당신 아들을 바치셨습니다. 모든 인류의 구원을 위해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아들을 서슴없이 바쳤던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우리는 육신의 어머니만이 아니라 천상의 어머님을 모신 행복한 자녀들입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 성모의 마음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 밤, 우리 자녀들을 한 없이 사랑해 주시는 성모 마리아께 우리의 기도를 전구해 달라고 청합시다. ‘엄마하고 부르며, 달려가 엄마 품에 안기는 어린 아이처럼, 이 은총의 밤 우리도 다 같이 어머니를 크게 부르며, 성모님 품에 안겨 봅시다.

엄마! 어머니! 사랑합니다. 은총가득하신 성모 마리아님! 사랑합니다.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 Jesus.

Santa Maria, Mater Dei, ora pro nobis peccatoribus nunc et in hora mortis nostrae.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