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민
배산임수(背山臨水)! 뒤 북쪽에는 산이 있고, 앞 남쪽에는 하천이 흐르는 형태의 명당 터,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환희길 277에 자리 잡은 양업고는 오월 맑고 푸른 천국(天國)이다. 푸른 녹색의 숲 사이 새들의 둥지에는 새 생명으로 태어날 새 알로 차 있고, 푸른 나무 가지와 새 둥지를 날아오르는 온갖 새들의 자유로운 노래 소리는 천상의 오케스트라의 음악이다.
유토피아(Utopia)! 이상으로 그리는 가장 완벽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교육에 근접한 곳이 양업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 모여 사는 양업공동체 안에서 펼쳐지는 매일의 일상들은 작은 것 하나 소홀히 넘어 갈 수 없는 깨우침을 준다.
“승현아! 별 일 없니?”
“우울해요”
“왜 우울하니? 무슨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 있니?”
“뭔 데. 이야기해 봐. 우리 예쁜 승현이를 우울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니?”
평소 아주 편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다가오던 아이가 조금 심각해 보여 던진 질문들이다. 자꾸 캐어물으니 할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 한다.
“한 학년 아래 은유가 ‘부채 선물’을 했어요. 나는 아무것도 해 준 일이 없는데.
나도 은유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 주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고민이고, 그것이 우울해요.”
“그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는 어떤 일을 했니?”
“은유에게 편지를 썼어요. 좋아한다고...”
“그 편지 받고 은유가 감동했을까?”
“글쎄요? 진심을 담아 썼는데 잘 모르겠어요.”
3학년 1명, 2학년 학명, ‘1학년 학명’이 한 조가 되는 ‘세 녀석’이라는 학생자치회 주관 프로그램 중에 일어난 하나의 일화다. 후배가 선배를 생각해서 자기 손수 부채를 만들고 그 위에 아름다운 글을 적어 선물하고, 선배가 후배를 위해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마음인가!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나의 것을 선물해 주는 그 마음이 얼마나 좋은가? 좋기도 좋을시고 이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병 가운데 하나가 ‘우울증’이라 한다. 그런데 늘 보지만 양업의 아이들은 ‘행복한 고민증’에 걸린 것이 가장 큰 병중에 하나이다.
“승현야! 야! 너 또 ‘행복한 고민증’에 걸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