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살리자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1,841 | 작성일 : 2020년 9월 4일
“교장신부님! 집에 가기 싫어요. 코로나 땜에 집에 머물러야 한다니, 너무 힘들고 답답해요. 양업학교 기숙사 홈이 제일 안전한 격리 지역 아닌가요?!”
수도권 인구 밀집 역에 사는 학생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소를 띠며 한 번 더 묻게 된다.
“너, 정말로 집보다 학교가 좋아?”
“예, 진짜예요.”
한치도 망설이지 않는 대답을 들으면서 내심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집보다 학교가 좋다니, 왜 집에 머무는 것이 답답하고 힘들다고 하는 걸까?’
“집은 어머니의 품이다. 우리는 집이라는 요람 안에 숨겨지고 보호받으며, 그 품에 따뜻이 안겨서 출발한다. 집이 우리에게 베푸는 가장 큰 은혜는 인간의 꿈을 보호하여 풍요로운 미래를 꿈꾸게 해 준다”라는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말처럼 집은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사랑의 보금자리이다. 보호를 받는 둥지요. 영육 간에 편히 쉴 수 있는 오아시스이다. 또 집이란 마음의 병원이다. 왜냐하면, 집은 용서와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장소로서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요.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는 갖가지 염려들로 해방되고 모든 긴장에서 벗어난다. 그러기에 만약 돌아갈 ‘집’이 없다거나 홍수나 거센 바람으로 집을 잃는다면 얼마나 큰 아픔과 고통이겠는가?
인류 공동의 보금자리인 집은 ‘지구’일 것이다. 지금 그 집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강과 바다의 오염, 숲 파괴, 지표면 유실, 특정 지역의 급속한 사막화, 어종남획, 핵폐기물의 위험성 등등, 모두가 비통한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가장 두드러진 것이 지구온난화이다. 과학자들은 화석연료인 석유와 석탄과 가스가 타면서 이산화 탄소가 방출된다고 한다, 그것이 지구 둘레를 거대한 담요처럼 덮고 있어 지구를 데우는 유례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여기서는 땅바닥이 말라붙는데 저기서는 죽음의 홍수가 난다. 광활한 농작에 기근이 드는데도 북극과 남극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뉴욕과 런던, 라고스의 모든 해안 도시와 지표면이 낮은 섬들,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가 사라지고 말 위기에 놓여있다. 이로 인해 인간이라는 종이 멸종될 것이라고도 한다.
어제는 태풍 ‘마이삭’이 지나갔다. 거센 바람 속에 비가 내렸다. 지금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높고 푸르다. 그 하늘 아래 잠깐 여유가 생겨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해 준 편지’라는 글을 한 구절 읽어본다.
“어떻게 느끼시나요?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는 것처럼 당신들에게 고열을 일으켰고, 지구 대기가 오염으로 가득 찬 것처럼 호흡곤란을 가져다주었고, 지구가 매일 약해지는 것같이 당신들에게 연약함을 주었으며, 세계를 멈추게 만들어 당신들로부터 편안한 외출을 가져갔습니다.”(Vivienne R Reich)
인류의 보금자리 ‘집’을 잃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숱한 논평가가 말하듯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다.” 눈앞에 닥친 이기적 소비주의가 지구 파괴의 주범인 지구온난화마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하고 있다. 이제 필요 이상으로 가진 사람은 허리띠를 조이고 생활 소비를 낮춰야 한다. 경제가 끝없이 성장할 거라는 기대도 모두 접어야 한다.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지구를 살리자고 호소해야 한다.
우리의 집을 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