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지자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560 | 작성일 : 2022년 9월 23일

순지자(殉地者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 오면 성경에서 예수께서 하신 이야기가 떠오른다.“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고 생각한다.`더 큰 곳간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12,16-20).

 

아무리 부유해도 목숨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여기서의 목숨은 히브리말로`네페쉬'로서 본래 `바람',`호흡'을 뜻한다. `네페쉬'는 단순한 육적 생명을 넘어선 영적 의미를 지니며, 영혼이 갈망하는 정신적 호흡을 함의한다. 그러기에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목숨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라는 말씀이 웅변적으로 와닿는 것이다.

 

살신성인으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옳은 도리를 행하는 사람도 있다. 순국자, 순직자, 순교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세상이 아직 이렇게,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구의 생명 환경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한 사람들을 순지자라 명명해보면 어떨까?

 

9·11 테러 후 3년마다 세계·전통 종교지도자 대회가 열리는데 이번 7회가 카자흐스탄에서 천주교, 개신교, 불교, 이슬람, 정교회, 힌두교 등의 지도자들로 개최됐다. 이때 프란치스코 교종은 지구촌 세계가 직면한 네 가지 도전에 대해 역설했다. 첫째는 취약성과 책임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걸 확인했고 인류의 취약한 지점과 공동의 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는 평화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종교지도자들은 평화를 수없이 외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분단 고착화 등 전운은 세계를 괴롭히고 있다. 셋째는 형제애이다. 태아와 어린이, 이민자, 노인이 너무나 쉽게 버려지는 세상이지만 모든 인간은 신성하다는 것이다. 넷째는 기후 위기이다. 지구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이다. 세상에 팽배한 착취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자연환경을 돌보는 데에 투신해야 한다.

 

유엔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대략 93000만톤이고,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양도 연간 600만 톤이다. 지하수 고갈 문제, 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이런 지구 환경적 도전을 받는 시대에 우리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할까?

 

지구를 살리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자기를 희생하는 `순지자'들의 대열이 절실히 요청된다. 이러한 `순지자'는 일상에서 삼익(SAMIC) 계획을 세워야 한다. 즉 간단한 계획 (Simple), 실현 가능한 계획(Aattainable), 측정 가능한 계획(Measurable), 즉각적인 계획(Immediate), 구체적인 계획(Concrete)이다.

 

한 예로 덴마크는 2020929일을 `음식물 쓰레기의 날'로 정했다. 이는 개인의 노력에서 시작됐다. 셀리나 율은 2008년 페이스북에 음식 낭비 중단이라는 소그룹을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했다. 잔반 처리법, 필요한 양만 음식 구입하기 등의 활동을 하며 덴마크 정부와 함께 다양한 캠페인을 펼쳤다. 이런 노력은 덴마크 국민의 사고방식까지 바꿀 수 있었다. 셀리나 율 한 개인이 나라를 바꾼 것이다. `고작 나 하나뿐인데 어때?'라는 생각보다 `나 하나라도' 실천해야 한다는 소명을 가져야 한다. 나도 지구를 살리는 순지자의 일원이 될 수 있다.